[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1943)’ 와 인생의 목적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0-11-04 13:04:18
- + 인쇄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1943)’ 와 인생의 목적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이 영화는 샘 우드가 감독한 걸작으로, 1961년 엽총으로 생을 마감한 미국이 낳은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원작자가 스페인 내전(1936~1939) 후기에 직접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썼다고 한다. 영화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교량폭파의 임무를 맡은 미국인 용병 로버트 조단(케리 쿠퍼)이, 3일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와의 애절하고 청순한 사랑을 하고, 훌륭히 임무를 완수했지만, 그녀를 위해 적탄에 쓰러진다는 아름답고도 장렬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진정한 용기를 맛볼 수 있으며,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 어쩔 수 없는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 참고 견뎌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다분히 운명적인 이 영화의 제명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형이상학적인 영국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의 인류에 대한 연대의식과 자기희생의 정신에 대해 읊은 시, ‘죽음에 임한 때의 기도’ 중 17번째 기도문을 헤밍웨이가 인용한 것인데, 영화․소설의 주인공 조단은 존 던의 이름을 비슷하게 차용한 것이다.

“어느 누구건,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어라 …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왜냐하면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기에.”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삶을 바쳐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명예, 돈, 사랑… “왜 사냐고 묻거든 웃지요”라는 어느 시인의 시와도 같이 ‘그냥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니체는 “인생의 목적은 끊임없는 전진에 있다. 풍파 없는 항해! 얼마나 단조로운 것인가. 고난이 심할수록 내 가슴은 뛴다”라고 했는데, ‘인생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일 것이다. 영화에서 조단은 마리아를 만남으로써, 단순한 정의감을 뛰어넘어 사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게 된다. 비로소 그는 ‘사랑’이라는 진정한 의미의 삶의 목적을 찾은 것이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1943)’ 와 인생의 목적
때로는 한 개인의 죽음, 더구나 그 죽음이 나라나 사랑하는 이를 위한 죽음일 경우, 그 감동의 울림이 더 커지게 된다. 이런 죽음을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고 일컫는다. 이 영화에서의 조단의 최후가 바로 이런 죽음이 아닌가 싶다. 조단의 죽음은 자기 신념을 지키려는 한 사람의 마지막 행동이며,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꽃피운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하기 위한 자기희생, 바로 그것이다. 우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의 대사가 떠오른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영화 속 조단의 독백도 마찬가지다. “내가 곧 당신이야… 당신이 바로 나니까…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전부가 될거요”라는 말을 남긴다.

이와 같이, 영화 속에서 조단은 “이 세상은 훌륭하다. 싸울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은 남을 위해서는 무슨 일인가를 할 수 있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자기희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목표만 올바르다면 참다운 삶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과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과연, 나는 누구를 위하여 살고 있는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