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입동(立冬)의 대표 음식 ‘추어탕’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입력 2020-11-06 17:04:49
- + 인쇄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입동(立冬)의 대표 음식 ‘추어탕’
▲ 박용준 원장
겨울의 문턱에 다가섰음을 알리는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19번째 절기로 겨울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 지난 지 약 15일 후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의 약 15일 전으로 양력 11월 7일, 8일 무렵이다.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였던 각양각색의 낙엽이 지고, 풀과 나무가 뿌리에 양분을 비축,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다. 입동(立冬) 무렵에는 동물들도 긴 겨울을 맞이할 채비다.

동물과 식물들이 제 나름의 방법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우리는 김장을 담근다. 대표적인 입동 풍속인 김장은 무와 배추를 주재료로 하고 고추, 생강, 마늘 등 채소뿐 아니라 새우젓, 갈치젓 등 젓갈류들을 양념으로 하여 김장을 담갔다. 입동 전후 5일 내외에 담근 김장 김치의 맛이 최고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기온상승 및 냉장기술의 발달로 김장 시기가 12월 즈음으로 늦추어지는 추세다. 

입동 무렵에는 일년 내내 농사일을 위해 애를 쓴 가족같은 가축인 소에게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주어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치계미(雉鷄米)라 하여 음식을 대접하는 미풍양속도 있다. 

겨울이 시작되는 이 시기의 별미 중 하나가 바로 추어탕이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속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고 도랑의 진흙에 몸을 감춘 미꾸라지를 잡아서 각종 양념과 향신료를 넣고 끓인 추어탕을 ‘도랑탕’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추어탕을 이용하여 ‘도랑탕 잔치’를 열어 어르신에게 대접하며 추운 겨울 동안의 어르신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미꾸라지는 잉어목 미꾸리과 미꾸리속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한반도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한자로는 추어(鰍魚)라고 하는데, 고기 어(魚)와 가을 추(秋)로 이루어진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늦가을 환절기에 대표 보양식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바로 추어탕이다. 

한의학에서는 미꾸라지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비위를 보하고 설사를 멈춘다 《의학입문》.

性溫味甘無毒, 補中止泄 《醫學入門》.

명나라 때의 명의 이시진(李時珍)의 《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는 위장을 따뜻하게 하여 기운을 올리고, 몸을 구성하는 음기를 자양함으로써 양기를 강하게 만든다.

李時珍在《本草綱目》記載:泥鰍有暖中益氣之功效,能夠滋陰壯陽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입동(立冬)의 대표 음식 ‘추어탕’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철, 인 등의 무기질 및 리신(L-Lysine) 같은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A·B·D가 풍부한 자양 강장 음식이다.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도움은 주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도 좋다. 특히 추어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비타민과 무기질과 함께 풍부한 섬유질을 함유하여 변비 예방과 다이어트에도 좋다. 또한, 추어탕은 미꾸라지 전부를 사용하기 때문에 뼈에 도움이 되는 칼슘 또한 풍부한 음식이다. 

추어탕에 넣는 흑갈색의 향신료는 초피 또는 산초(山椒)라고 불린다. 초피와 산초는 열매 모양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기원의 식물이다. 지역에 따라 '조피', '젠피' '제피' 등으로 불리는 초피는 한반도 남부 지방과 동해 연안에 자생하는 초피나무 열매다. 얼얼한 맛은 후추와 비슷하나 후추와 달리 신맛 또한 함유하고 있다. 

중부 내륙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산초(山椒)는 산초나무 열매다. 초피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그 맛이 초피처럼 얼얼하지도 시지도 않다. 무엇보다, 산초는 향신료로는 사용하지 않고, 열매에서 기름을 짜는 용도로 이용한다. 

찬 바람이 부는 환절기인 요즘, 사랑하는 가족과 둘러앉아 시래기, 마, 마늘, 부추 등을 넣고 맛있게 끓인 추어탕 한 그릇으로 환절기의 차가운 기운에 지친 원기를 보충하여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버틸 힘을 함께 키워보면 좋지 않을까?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