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박근혜? 못지않은 문재인, ‘소통’ 논란 심화

공식기자회견, 朴 7번 vs 文 4번… 단편적 메시지 전달도 일방적 방식 선호
여야 지도부 회동도 7차례 그쳐… ‘탁상·내편’ 정치에 ‘남자 박근혜’ 혹평도

기사승인 2020-11-16 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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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박근혜? 못지않은 문재인, ‘소통’ 논란 심화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정권이다.”

2016년 8월 31일,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현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윤태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발간한 ‘대통령의 말하기’란 책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하며 남긴 말이다.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2017년 5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 중 약속한 일부다. ‘불통’으로 악명 높았던 전 정권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자신은 다를 것이라는 공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3년 6개월여가 지나 임기 말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문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고,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역대 어느 정권보다 다채로운 매체와 방식을 통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 이런 지적들이 나올까. 야권을 비롯해 정치평론가나 논객들은 측근에 둘러싸여 그들의 말만을 듣고, 책상과 모니터 앞에서만 소통을 이야기하며 일방적인 의사전달에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심지어 스스로 ‘불통’이라던 박 전 대통령보다 ‘대화’에 소극적이란 비난도 받는다. 진보논객이면서 반(反) 문재인 정권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뭐가 달려졌는지 모르겠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이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횟수는 4번에 불과하다. 비공식 기자회견을 포함해야 9번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번보다도 많아진다.

시민과 격 없는 대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공개적인 소상공인과의 대화 혹은 간담회는 4번이었다.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지만, 여·야 정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7번, 거대양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올해 5월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이 유일하다.

‘불통’ 박근혜? 못지않은 문재인, ‘소통’ 논란 심화
2019년 11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각본 없는 ‘국민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이후 방송에 대한 논란이 일부 일었다. 사진=청와대

더구나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문 대통령의 공개일정을 전수조사해 지난달 2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 4806건의 공식일정 중 3752건(78%)가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졌으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일정은 ‘비서실 현안 업무보고’로 1234회였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식사회동 횟수는 209회로 일주일에 1번꼴로 공개 식사회동이 이뤄졌을 뿐이다. 그마저도 가장 많이 초대된 인물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 45차례였다. 각료 중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9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9회)이 그다음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임 대통령을 ‘불통’으로 몰아붙인 문재인 대통령, 지금까지 기자회견 몇 번이나 했느냐”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과 관저에 고립돼 있다”며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신의 이야기만을 일방적으로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억울해하는 일에 대해 진솔하게 답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년 전인 지난해 11월 27일 한 토론회에서 이미 “문 대통령은 진영의 이익집단, 경제적 이익 공동체가 둘러싸고 있고, 소수의 진영그룹에 둘러싸여 있는 건 ‘남자 박근혜’ 같은 느낌”이라며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 같지만 잘 안 받아들인다”고 문 대통령의 소통문제와 측근정치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10가지 현안에 대한 질문은커녕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나 외교·경제 등 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는 기자들의 질문조차도 선택적이고 형식적인, 때론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만을 내놓기 일쑤다.

이에 부산에 살고 있는 한 50대 남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놓고 소통이 불편하다고 라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하겠다며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배신감이 든다”며 “마치 대통령 주변에 두꺼운 차음벽이 설치된 느낌”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서울의 30대 여성은 “소통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점점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공정과 정의를 강조해온 대통령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만 앞세우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제발 말만이 아닌 실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