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T1 팬들은 정말 ‘독성’일까

문대찬 / 기사승인 : 2020-11-17 17: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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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LoL 팀 시즌 중에도 광고 촬영…코칭스태프 인선 과정에서 팬 분노 폭발
팬들 집단행동에 해외 LoL 팀 관계자들 "“Toxic(독성) 팬덤” 손가락질
국내 게임단 관계자들 "T1 프런트가 원인 제공"

▲T1 팬들이 금액을 모아 마련한 자막, 영상 송출이 가능한 트럭.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Toxic(독성) 팬덤.”

지난해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영문 해설을 맡았던 ‘파파스미시’ 크리스 스미스가 T1 팬들을 비판하며 언급한 수식어다. 

T1의 차기 시즌 코칭스태프 인선 과정에서 벌어진 팬들의 집단행동이 발단이 됐다. 

T1의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가 개인 방송 도중 팀 디스코드 채널의 메시지를 노출했고, 이를 통해 ‘폴트’ 최성원과 ‘LS’ 닉 드 체사레가 코칭스태프로 내정된 것이 확인됐다.

폴트는 2016년까지 스타크래프트 2에서 활약했던 프로게이머지만, LoL 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경험이 없다. LCK 우승만 9회, 최고의 국제대회인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3회나 우승한 명문 게임단인 T1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는 우려가 줄을 이었다.

게다가 LS는 ‘챌린저스 코리아(2부리그)’ BBQ 올리버스에서 코치를 맡았던 당시, 스웨덴 출신의 정글러 ‘말리스’가 개인방송 중 내뱉은 인종차별 발언을 옹호한 과거 행적이 드러나 논란을 자아냈다. 2018년 ‘말리스’는 “당신이 백인이라면 (한국에서) 매춘부가 필요 없다. 틴더만 있으면 여긴 뷔페나 마찬가지”, “원숭이”, “쌀이나 주워라” 등의 발언을 내뱉었지만, LS는 ‘말리스가 외국인이라서 괴롭힘을 받는다’, ‘유튜브 조회수를 위해 말리스를 악의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등 본질을 흐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T1 측의 인선을 납득하기 힘들었던 팬들은 뜻을 모아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T1 사무국에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T1의 모기업인 SK 텔레콤 ‘SKT 타워’ 부근에 자막과 영상 송출이 가능한 트럭을 보내 수차례에 걸쳐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해외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T1 팬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파파스미시’는 “T1의 결정에 반대할 순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마녀사냥을 하는 건 독성(toxic) 팬덤”이라고 힐난했고 유럽 프나틱 소속 탑 라이너 ‘브위포’ 가브리엘 라우는 “T1 팬이라면 믿고 따라야 하고, 그게 아니면 담원 등 다른 팀을 응원하라. LS는 최고의 팀을 이끄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강한 어조로 맞섰다.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 팬들도 이에 동참했다.

▲가수 BTS와 T1 선수단이 함께 촬영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달려라 방탄'. T1 팬들은 여러가지 근거를 들어 방송이 시즌 중 촬영됐다고 유추했다. 사진=T1 제공


하지만 T1 팬들은 코칭스태프 내정 건은 기폭제일 뿐, 그간 T1 프런트가 보인 납득하기 힘든 팀 운영이 팬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왔다고 토로하고 있다.

2020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한 T1은 서머 시즌 급격한 기량 저하를 보이며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T1 팬들은 팀의 간판스타 ‘페이커’ 이상혁이 올해만 20여 개에 가까운 광고 및 방송 활동을 소화한 것을 지적하며, 가혹한 일정이 성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T1 팬인 H(28)씨는 “개인적으로 LS가 처음 온다고 했을 때 거부감은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다만 이후의 문제는 프런트의 독불장군식의 태도다. 구단측에서 나서서 LS의 전적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구단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크다. 어떤 스포츠구단이 시즌 중 선수들을 데리고 광고를 촬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비시즌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시즌 중에는 경기에 올인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T1의 최근 행보는 프로스포츠팀보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팬들은 방송, 광고에서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더 원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국내 타 게임단 관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쿠키뉴스 취재 결과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T1 프런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팬들의 이번 집단행동에는 당위성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A팀 관계자는 “T1 프런트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시장은 북미가 크고, 베이스는 한국이라 정서를 북미에 맞춰야 하는지 한국에 맞춰야하는지 고민일 거다. 사실 기업, 팀을 운영하기 위해선 북미에 맞춰야 되는 게 맞다”면서도 “T1 측이 이번엔 너무했다.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들도 촬영 등 상업 활동을 하지만 이를 시즌 중에, 경기 중엔 하지 않는다. 스포츠 산업 본질에 대한 몰이해가 있었던 것 같아서 아쉽다. 오죽했으면 팬들이 집단행동을 했겠나”라고 팬들을 감쌌다.

B팀 관계자 역시 “LCK 대부분의 구단들은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구조 속에 있고 T1과 같은 공격적인 상업 전략이 필요하다”면서도 “평소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여론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T1 팬들에겐 명분이 있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팬들이 코칭스태프의 인선을 두고 ‘마음에 든다’, ‘아니다’를 놓고 단체 행동을 한 건 아니라고 본다. T1 측이 빠른 대처와 입장 표명 등을 했다면 팬들도 이렇게 까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소통을 하기 어려운 부분인 건 맞다. 감독 인선 등은 팀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팬들이 의문점을 제기했을 때 공식 발표 없이 개인 채널에서 스탭들이 팬들을 조롱하도록 방치한 것이 문제였다. 내부 직원들이 개인 SNS 등으로 의견을 표출하면서 성난 여론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팬들의 이번 집단행동이 e스포츠 문화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는 관계자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e스포츠가 서서히 ‘프로스포츠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 번 ‘카나비 사태’ 때도 그렇고 e스포츠팬들이 불합리한 일에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도하지만 않다면 건강한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1의 차기 사령탑으로 임명된 '대니' 양대인 전 담원 게이밍 코치 


한편 T1은 당초의 예상을 깨고 롤드컵 우승팀 담원의 코칭스태프인 ‘제파’ 이재민 감독과 ‘대니’ 양대인 코치를 차기 시즌 코칭스태프로 선임했다. ‘폴트’는 GM(단장)으로 임명됐다. 업계에선 팬들의 거센 항의에 T1이 황급히 방향을 선회했다고 보고 있다. 

또 T1은 팬들의 입장 표명 요청에도 응답했다. 

16일 공식 SNS에 올린 공식 사과문에서 T1은 “폴트, 대니, 제파와 함께 ▲선수 훈련 여건 개선 ▲팬들과의 소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T1의 부족한 점과 개선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하고 있다”며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드렸던 SNS 및 디스코드 채널 내 부적절한 언행‧행동 등을 사과드리며, 내부 관리체계가 미흡했던 부분을 확인해 다음과 같이 조치하기로 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보다 경험있는 운영진들을 중심으로 T1의 부족한 부분을 재정비하고, T1의 모든 소통 채널을 새롭게 개편해 팬들과 더욱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변화하는 T1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