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수장들, 내년 청사진 담아 임직원과 소통 나섰다

근무방식 혁신 말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B2B로의 전환·사업 확장 꾀하는 구현모 KT 사장
충성고객 확보 강조한 하현회 LGU+ 부회장

기사승인 2020-11-24 04: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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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수장들, 내년 청사진 담아 임직원과 소통 나섰다
▲SKT 박정호 사장이 17일 오후 SKT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타운홀’에서 일하는 방향 혁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제공=SK텔레콤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수장들이 내부 소통을 기반으로 내년도 청사진을 제시하며 임직원들과 적극적인 공유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의 업무와 사업방식을 넘어서는 '혁신' 그리고 '고객 중심'이 내부 소통의 키워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온오프라인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타운홀 미팅은 SK텔레콤 내부에서는 수장이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미팅은 '워크 애니웨어-일하는 방식 혁신'을 주제로 이뤄졌다. 박 사장은 청바지에 상의만 정장을 입은 캐주얼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지난 6월 거점오피스 방식을 처음 논의한 데 이어 '포스트 코로나'와 일하는 방식 혁신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우리가 쌓은 데이터, 비대면 기술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는 시도 중 하나로 거점오피스를 언급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출퇴근시간 10~20분 내에 거점오피스를 을지로, 서대문, 분당, 판교 등 5개 지역에 마련했다. 거점 오피스는 집중력 저하 등 재택근무의 단점을 해소하고, 출퇴근 시간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박 사장은 "워크 애니웨어로 부산에서도 서울 본사팀에 소속돼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족과 해외에 체류해야 하는 직원이나 해외서 선발된 인재가 반드시 우리나라에 오지 않아도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오피스 사업을 이끌어 나갈 프로젝트 리더로는 입사 3년차인 1988년생 윤태하PL을 깜짝 낙점했다. 윤 PL은 지난 10월 경영진이 주최한 향후 사업계획 공모전에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SK텔레콤은 구성원 거주지 등을 분석해 앞으로 강남, 송파, 마포, 강서, 일산 등에 거점오피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진행된 박 사장의 타운홀 미팅은 모빌리티 사업 주제의 타운홀 미팅에 이어 2주만이다. 타운홀 미팅은 종종 있어왔지만 2주만에 다시 타운홀 미팅을 실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궁금증을 표시함에 따라 미팅이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2주 전에는 새로 분사하는 '티맵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모빌리티로의 이동을 장려하기 위해 타운홀 미팅을 꾸렸다. 신설 법인으로의 이동을 개인 선택에 맡기고, 본사 복귀의 길도 열어놓는 제도를 도입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협력하고,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처럼 SK텔레콤은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내년부터 비대면 온라인 근무, 모빌리티 분사 등 신사업 투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탈통신'을 선언하고 IDT캡스 등 인수합병(M&A)로 비통신 영역을 키우고 있다. 내년에는 원스토어, 웨이브,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 미뤄졌던 자회사들의 IPO도 적극 추진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새로운 방향성을 담아 사명 변경도 지속 검토하고 있다. 

통신3사 수장들, 내년 청사진 담아 임직원과 소통 나섰다
▲ KT 구현모 대표가 28일 '경영진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KT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구현화 기자 

구현모 KT 사장도 지난 10월말 'KT 엔터프라이즈'를 신설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ABC' 중심의 B2B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이날 경영진 기자간담회는 사내방송으로도 실시간 중계돼 임직원들이 함께 지켜봤다.

이 자리에서 KT는 2016년 기준 유무선 통신 매출 비중이 66%에서 2020년 50%로 낮아진 반면, IT와 미래사업 등 성장영역의 매출 비중이 50%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KT가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디지코로 변모할 것을 선언한다"라며 "통신매출이 100%였던 KT가 미디어, B2B, 에너지 등 대략 40% 정도 매출이 통신 아닌 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2025년에는 통신과 비통신이 5대5 비중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KT가 정체된 회사라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구 대표는 "외부에서는 5년간 1% 밖에 성장하지 못한 회사라고 보시는데, 미디어부문에서 20% 성장했고 기업IT솔루션은 18%, AI/DX부문은 8%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박윤영 KT 기업부문장은 "KT는 디지털 전환(DX)에 초점을 맞춰 B2B 시장을 성장시키고 금융·물류·사무환경·헬스·제조·데이터센터·SOC(사회간접자본) 등 7대 분야에서 DX 성공 모델을 발굴하고 지자체, 교육, 건설, 산업단지, 복합단지로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KT는 ABC 역량을 집중한 혁신서비스를 연계해 KT DX플랫폼을 올 11월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구 사장은 "관료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11개의 지역본부 체계를 6개 본부로 줄였고, AI(인공지능) 인재 60여명을 전문인력으로 육성시키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우리금융그룹과 전략제휴를 하고 벤처 스타트업 33개와도 협력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현재와 미래의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구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AI/DX 부문의 사업 확장을 주문하기 위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인공지능/디지털혁신(AI/DX) 데이'를 개최하고 B2B 엔터프라이즈의 방향성을 직접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KT 사내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됐던 이날 행사에서는 해당 사업을 이끄는 임원들이 전국 KT 직원으로부터 질의를 받아 답변하는 '랜선 질의' 시간을 가지며 내부 소통을 강화했다. 

구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이번 AI/DX 데이에서 KT는 이미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화를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KT가 ABC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는데 AI/DX 데이가 ‘소통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신3사 수장들, 내년 청사진 담아 임직원과 소통 나섰다
▲서울 LGU+용산사옥 1층 다목적홀 ‘U+Seer 라운지’에서 열린 임원·담당 워크숍에서 하현회 부회장이 사업구상을 밝히고 있다. /제공=LG유플러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5일 전사 임원·담당 워크숍에서 '고객 팬덤'에 대한 역량 집중을 당부했다. 하 부회장은 "고객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 충성고객 확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하 부회장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환경에서 팬덤의 힘을 바탕으로 더욱 성장했다"며 "ICT 기업뿐 아니라 완구업체 레고도 충성고객을 중심으로 팬 베이스 확장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하현회 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 15명만 참석한 가운데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특히 행사는 사내 교육 플랫폼(앱)을 통해 전사 임원 및 담당 150여명에게 온라인 생중계됐다. 임원 담당 워크숍은 매 분기마다 시행하고 있지만, 이번 워크숍에서는 특히 내년을 앞두고 핵심 키워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하 부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언급하며 "어려운 시기에 미래 대비를 탄탄하게 해야 한다"라며 "고객 세분화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 고객 불편 해결, 빅데이터의 고객 중심적 활용으로 고객감동을 실현해야 한다"고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에 이어 ‘U+초등나라’ 출시로 키즈맘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시니어, 1인가구, 펫서비스 등 고객군별 서비스를 세분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내년에는 보다 정교하고 촘촘하게 고객을 세분화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LG유플러스는 고객센터 등을 통해 접수된 불편(Painpoint)사항 중 현재 75% 가량을 개선했으며, 남은 25%는 진행 중이거나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부터는 개선이 완료된 건에 대해서는 조치 결과를 고객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직접 알려주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내년 경영구상에 대해 하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하는 환경과 새로운 트렌드를 한발 앞서 파악하고, 사업모델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21년에는 '고객 감동'이라는 관점에서 유통구조 혁신,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방식과 고객경험 혁신을 통해 한층 견실한 사업구조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하 부회장은 사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 레터 형식으로 자신의 경영구상과 경영철학을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 올해만 여덟 번의 레터가 공유됐다. 이어 '답은 현장에 있다'는 철학으로 직영점, 고객센터, 네트워크국사 등에 대한 비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변화하는 젊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신입사원에게 하 부회장이 직접 멘토링을 받는 형식의 '리버스 멘토링'을 신설하고 올해 두 차례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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