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날파리 떠다녀”…‘비문증’이 뭐길래 국민청원에?

젊은층에서도 발생하지만 수술 어려워

기사승인 2020-11-24 04: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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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날파리 떠다녀”…‘비문증’이 뭐길래 국민청원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자연스러운 노화 증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비문증’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치료기술 및 약물 개발에 힘써야한다는 국민청원글이 최근 올라왔다. 마땅한 치료기술이 없어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 등을 복용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문증(飛蚊症)은 이름 그대로 눈앞에 먼지나 머리카락, 벌레, 점 같은 것들이 떠다니는 것으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부유물이 눈의 움직임을 따라 같이 움직이는 증상을 말한다. 젤리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리체는 시신경 부분에 강하게 유착돼 있는데, 수분과 섬유질로 분리되는 ‘액화현상’이 일어나면 망막신경층과 분리되는 ‘후유리체 박리’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시신경과 붙어있던 유리체의 뒷부분에 혼탁이 남거나, 출혈이 생기거나, 망막에 구멍이 생겼을 때 비문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문증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2014년 19만5483명, 2015년 21만2451명, 2016년 22만2428명으로 점점 늘고 있으며, 50∼60대가 가장 많이 차지한다. 노화가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망막박리와 같은 안구질환이나 망막의 변형이 잘 일어나는 고도근시가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10~30대의 젊은 층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눈에 날파리 떠다녀”…‘비문증’이 뭐길래 국민청원에?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쳐


자신을 23살 여성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일상생활에 막대한 불편함을 끼치는 비문증 환자가 젊은 층에서 늘고 있지만 노화 현상이라는 인식 탓에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자는 “처음엔 신경 쓰지 않을 정도였지만 안과에 내원해 망막 부분에 레이저 시술을 한 뒤부터 증상이 심해졌다. 최근 20대에서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현실은 별 일 아닌,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는 말과 시선뿐이다”라면서 “하지만 죽고 싶을 만큼 일상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절대 자연스러운 증상이 아닌데도 질환으로 여겨지지 않아서 연구와 치료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물론 레이저시술과 유리체절제술이 있지만 레이저 같은 경우 오히려 비문증(부유물)이 늘어날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유리체절제술도 큰 수술이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문증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 등 먹으면서 힘겹게 지내고 있다. 많은 젊은 환자가 직업에 제한을 두려고 하고, 우울증 등으로 대인관계가 어려워져 은둔생활로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젊은 비문증 환자들의 치료 폭은 매우 좁다. 수술적 치료를 했을 때 부작용 위험을 줄이려면 액화현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시행하는 것이 좋은데, 액화현상은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치료법인 야그레이저 시술의 경우 부유물을 작게 부수어 증상을 경감시키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안구질환 없이 비문증 증상만 있을 경우 치료가 권고되지 않는다. 

선해정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는 “액화현상 자체가 노화의 과정이다. 대부분 50세 이상에서 젤 형태의 유리체가 흐물흐물해 지면서 액화되고, 액화된 유리체가 망막에서 분리되는 후유리체박리가 시작된다. 그리고 80세 이상에서는 대부분 후유리체박리가 관찰된다”면서 “유리체 절제술은 혼탁한 유리체를 제거하고 맑은 액체로 교환해주는 수술이다. 젊은 사람에서는 인위적으로 후유리체박리를 일으켜 유리체를 최대한 제거해야하고 수술 후 백내장의 진행이 빨라질 수 있어 수술의 위험부담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선 교수는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보통 50세 이상이 되면 비문증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합병증 등을 감안하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있는 반면, 증상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른 안과질환이 원인이 아니라면 1~2주 후 자연스럽게 증상이 괜찮아지기 때문에 별도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증상이 생겼거나 부유물이 갑자기 많아졌다면 꼭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선 교수는 “비문증이 생겼다면 유리체에 변화가 있다는 얘기이다. 만약 망막에 구멍이 생겨서 나타난 거라면 수술 없이 레이저광응고술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대신 구멍에 물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검사해 현 상태를 알아야 한다”며 “또 비문증은 망막박리 등의 안구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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