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리그 득점왕, 그의 이름은 없었다

기사승인 2020-11-25 18:14:31
- + 인쇄
대학리그 득점왕, 그의 이름은 없었다
경희대 김준환. 사진=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프로농구(KBL) 신인 드래프트 지명식이 끝나는 순간, 기자석을 비롯한 장내는 어수선해졌다. 지명될만한 선수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KBL은 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0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이번 드래프트는 총 48명이 드래프트에 지원한 가운데 24명이 지명됐다. 제물포고 출신 빅맨 차민석이 KBL 역사 최초로 ‘고졸 1순위’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밖에 프로 무대에 일찍 도전한 ‘얼리 엔트리’ 선수들이 대거 뽑히는 등 화제성이 많은 드래프트였다.

하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서 논란이 된 부분도 있다. 경희대 4학년 가드 김준환이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준환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빠르면 1라운드 후반 늦어도 2라운드 안에는 지명이 유력한 선수였다. 실제로 많은 언론과 구단들은 그를 2라운드에서 지명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김준환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많은 관계자들이 이번 김준환의 미지명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드래프트에서 구단들은 부족한 포지션, 성장 가능성, 재능 등을 기준 삼아 선수를 선발한다. 이번에 나온 선수들 대다수는 즉전감 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준환 역시 잠재력이 높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김준환은 수비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이 따랐다. 또 슈팅가드 치고 신장(187㎝)이 다소 작은 편이라 포인트가드로 쓰기에는 리딩 능력이 부족하고, 슈팅 가드로 출전하기엔 수비에서 오는 약점이 있을거란 평이 따랐다.

하지만 김준환은 부족한 수비력을 뒤엎을 공격력을 갖춘 선수다. 이번 드래프티 중 공격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3학년 때는 리그 득점 7위(17.4득점)을 기록했다. 올해 열린 대학농구 1차 대회에서는 3경기 평균 33.7득점을 올리며 득점 1위를 기록했고, 2차 대회에서도 22.7득점을 올렸다.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퍼스트스텝이 상당히 좋으며, 돌파가 뛰어난 선수다. 저학년 때부터 약점이라고 평가받던 3점슛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3점슛 성공률은 32.4%.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득점력이 뛰어난 가드는 이미 멸종된 지 오래다. 득점력이 뛰어난 김준환을 지명해 키워볼만한 가치가 있을만한 선수였다. 특히 이번 드래프트에 출전한 선수 중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가 적었지만 어떠한 이유에선지 그는 외면을 받았다.

구단의 사정과 좁은 선수 풀도 김준환의 미지명의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예상치 못한 지명으로 인해 알짜배기 자원들이 후순위에 남은 경우가 많았다. 김준환은 지명 선수들과 경쟁에서 차순위로 밀렸고, 추가적으로 선수를 뽑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김준환의 지명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김준환과 다른 선수들을 두고 상당히 고민을 했다. 우리 차례에 남아있는 선수들 중에서 김준환보다 원하던 선수가 남아있었고, 지명한 선수를 먼저 선택했다”라며 “우리의 경우 2명만 지명하려고 했다. 사실 우리가 아니더라도 김준환을 데려갈 구단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아쉽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번 드래프트가 유독 이해할 수 없는 지명이 속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리그 통산 기록이 평균 5득점이 안 되는 A선수는 당초 지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B구단으로부터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는 데 성공했다. B 구단은 A 선수를 지명한 이유로 '잠재력'을 꼽았다.

어쨌든 복합적인 이유로 김준환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낙방했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않은 선수는 내년 이후 일반인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프로 관문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