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쪼개졌다...T맵모빌리티, 카카오 대항마 가능할까

SK텔레콤, 임시주총 열고 모빌리티 사업 분할
오는 12월 29일 출범할 티맵모빌리티에 기대감
카카오모빌리티와 차별점에 주목

기사승인 2020-11-27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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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쪼개졌다...T맵모빌리티, 카카오 대항마 가능할까
▲모델이 T맵을 이용하는 사진. /제공=SKT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SK텔레콤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을 통과시켰다. 이에 T맵모빌리티가 모빌리티 사업의 수직 계열화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순을 밟을지 주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81.64%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참석 주식 총수 99.98%의 찬성으로 최종 통과됐다. 주총 승인으로 내달 29일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가 출범한다.


티맵모빌리티, 택시와 대중교통·대리·주차 아우르는 플랫폼 


티맵모빌리티는 티맵을 중심으로 티맵택시와 대리운전, 주차,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티맵모빌리티는 현재 카카오T 브랜드를 필두로 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장 큰 대항마로 꼽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택시와 함께 프리미엄인 블랙, 바이크, 대리, 주차, 내비, 셔틀까지 모든 모빌리티 사업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웨이고블루를 인수해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를 론칭,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카카오T앱을 기반으로 법인택시나 택시조합과 제휴를 맺어 월급의 20%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카카오T는 현재 가맹택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대구, 경기지역과 광주, 대전, 의정부 등 전국 25개 지역에서 1만3000여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개인택시 등에서 카카오T로 콜서비스를 받으며 택시기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콜택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성장세 확보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점유율 약 80%를 기록하며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T맵모빌리티는 카카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삼아 택시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외에는 마카롱택시, 티머니온다, 타다 등이 가맹택시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카카오 외에는 스타트업 기반이어서 자금력이 큰 대기업이 진입하기 수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T맵은 일반인이 가장 많이 쓰는 내비게이션이기도 해 이미 친숙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T맵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200만명으로 카카오내비보다 약 2배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택시기사들은 T맵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의 티맵택시 등록기사는 20만명, 월 이용자는 75만명이다. 이에 따라 일반고객이 많이 쓰는 T맵 vs 택시기사들이 많이 쓰는 카카오맵과 카카오T 등으로 대결구도가 형성돼 있다. 택시기사들이 T맵을 쓰게 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당근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버와 시너지를 어떻게 낼지도 관심사다. SKT와 우버는 택시 호출과 같은 e헤일링(hailing) 공동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합작 회사)를 내년 상반기 설립하기로 한 상태다.

조인트벤처는 티맵모빌리티가 가진 T맵과 우버의 전세계적인 운영 경험, 플랫폼 기술을 합쳐 혁신적인 택시 호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이 밝혀지지 않아 기존의 호출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택시업계, T맵택시 환영.SK텔레콤 내부서 다섯번째 '핵심 사업부' 


택시업계는 T맵택시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카카오의 독주 체제로 인해 가맹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 등의 이슈가 커지는 와중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들어오면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 택시사업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형태로의 유인책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내비시장이 카카오와 T맵으로 양분돼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택시 플랫폼사업에서 독점적으로 지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커져가는 것”이라며 “마카롱이나 T맵, 티머니온다, 타다도 가맹택시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날 박정호 SKT 사장과 이종호 티맵모빌리티단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모빌리티 사업 추진 의미와 비전을 주주들에게 소개했다.

박정호 사장은 “식사, 주거 외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며,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며, “SKT의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방식을 혁신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모빌리티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경기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 대리운전, 주차,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Mobility Life Platform)’을 제공하겠다”며 “모빌리티 사업이 SKT의 다섯 번째 핵심 사업부로서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 핵심 사업부란 이동통신, 미디어, 커머스, 보안 다음의 핵심 사업부로 SK텔레콤의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산업을 앞으로 키워가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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