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이래선 남궁민이라고 해도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0-12-01 10:56:28
- + 인쇄
‘낮과 밤’ 이래선 남궁민이라고 해도 [볼까말까]
▲사진=‘낮과 밤’ 포스터. tvN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배우들이 있다. 이들의 기본 조건은 뛰어난 연기력이다. 그러나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모두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선택한 대본은 재미있을 것이라는, 선구안 또한 중요한 요소다. 배우 남궁민은 그런 면에서 독보적이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선택한 작품은 평균 이상의 재미가 있다는 믿음이 그간의 행보로 다져졌기 때문이다. 남궁민은 비교적 화제성이 덜했던 ‘닥터프리즈너’와 ‘스토브리그’를 화제작으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다. 덕분에 그의 차기작인 tvN 월화극 ‘낮과 밤’은 기대작으로 출발했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낮과 밤’은 현재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연관 있는, 28년 전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예고 추리극이다. 남궁민은 이 드라마에서 형사 도정우 역을 맡았다. 형사로서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겉모습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인물이다. 배우 설현이 도정우와 한 팀인 형사 공혜원을 연기하고 이청아가 FBI 출신 범죄 심리 전문가 제이미 레이튼으로 출연한다.

첫 방송에서는 희대의 연쇄 예고 살인이 발생하며 경찰청 특수팀인 도정우와 공혜원 등이 사건 조사에 착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연쇄살인 제보를 받고 파티장에서 주최자가 수영장에서 사망하는 모습을 본다. 또 다른 살인 예고를 해독한 도정우는 현장으로 출동하지만, 또다시 눈앞에서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가 기차에 뛰어드는 것을 목격한다. 이 과정에서 도정우는 귀국한 FBI 수사관 제이미 레이튼과 마주친다.  

첫 장면은 강렬했다. 드라마의 밑바탕인 28년 전 하얀밤마을에서 일어난 대참사 장면으로 작품의 문을 열며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이후 몰입감을 더하는 것엔 실패했다. 자연스럽지 않은 설정과 연출이 이어진 탓이다. ‘예고 살인’ 소재가 작위적인 분위기 속에서 풀려나가 긴장감도 떨어졌다. 대신 맥락보다 과한 자극적인 연출이 이어졌다. 비슷한 구조의 수사 추리물을 여러 편 접하며 눈이 높아진 시청자가 만족하기엔 아쉬운 완성도였다.

다만 전작의 캐릭터를 완전히 벗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남궁민의 연기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다. 의뭉스러운 도정우의 얼굴을 보며 그의 과거와 미래가 궁금해진 것이다. 그러나 함께 합을 맞추는 경찰청 특수팀원들의 연기력은 아직 의문스럽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얼마나 좋은 합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참사, 예고살인, 의문의 시계와 시간, 권력의 정점인 거악 등 장르물 마니아의 관심을 끌 요소는 모두 갖췄다. 여기에 역량 좋은 배우들도 함께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조율하는 연출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믿보배’라고 해도 작품을 본궤도에 올리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볼까
까칠하고 이성적인 백승수 단장이 까치집을 짓고 허공에 총을 쏘는 도정우로 변신한 모습을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 오컬트와 음모론을 좋아하는 장르물 팬이라면 일단 시작해볼 만하다. 

◇말까
장르물의 완성은 세련된 연출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철 지난 일본 추리소설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inout@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