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의사를 만나다] "치질인 줄 알았는데 난치병이라니"

전미옥 / 기사승인 : 2020-12-02 04: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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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복통과 혈변⋅급박변으로 일상 위협하는 '궤양성대장염' ...꾸준한 치료 요구

왼쪽부터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심지영(가명) 환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처음엔 치질인 줄 알았어요. 일이 바쁜 탓에 병원 방문을 미루고 있었죠. 진단을 받고는 난치병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베테랑 요양보호사인 심지영(59·가명)씨는 지난 10월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받았다. 1년 가까이 혈변과 급박변 증상에 시달린 이후였다. 그는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일하는 도중에 급하게 화장실에 갈 때면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소화기관인 대장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궤양성대장염. 출혈 때문에 자칫 치질로 오인하기 쉽지만, 신체의 면역시스템이 장내 미생물 등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혈변이며 점액변, 급박변, 뒤무직, 경련성 복통 등 증상도 동반된다. 변을 봤는데도 덜 본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 지속되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절박한 신호가 오는 탓에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질병으로 유명하다. 심씨의 주치의인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환자분은 혈변과 함께 점액변도 있었고, 뒤무직, 잔변감도 있었지만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많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궤양성대장염의 명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에 거의 없던 질환이며, 아프리카는 현재에도 거의 없는 질환으로 ‘잘 사는 사람이 걸리는 병’같은 개념이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우리 면역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화와는 큰 연관은 없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든다고 해서 더 잘 걸리지는 않는다. 보통 궤양성대장염은 30-40대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50대 이상에서도 발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확진할 수 있는 검사법이 없다. 암의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암세포를 발견하면 100% 확진이 가능하지만 궤양성대장염은 그렇지 않다. 조직검사에서 염증세포만 관찰되기 때문에 증상과 대장 내시경 소견, 혈액검사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며 “환자분의 경우 항문 바로 윗부분인 직장(상행결장)에 혈관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횡행결장과 하행결장에 변화가 관찰되는 등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대장내시경 소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궤양성대장염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평생 관리해야 한다. 김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약을 끊는 경우 거의 대부분 바로 증상이 재발하게 된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생각하면 쉽다”며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과 염증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심씨와 같이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항염증제(5-ASA)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10명 중 7명 정도는 거의 항염증제로 조절이 되고, 나머지 3명꼴로 재발하는 경우는 생물학적제제 등 다른 약제를 사용하게 된다”며 “항염증제는 대장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리 몸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용량을 많이 쓰더라도 몸에 쌓이거나 하는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최근에는 복약 순응도 개선을 위해 하루 3번 복용하던 것을 고용량으로 1번만 복용하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투병 생활에 있어서는 환자들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가족 등 주변사람들의 ‘정서적 지지’가 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을 진단을 받으면 희귀난치병이라는 점 때문에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궤양성대장염은 목숨에 영향을 주는 심각하거나 수명을 단축하는 질환은 아니다. 약물로 잘 조절이 되면 일반인과 똑같이 살 수 있다”며 “투병 과정에서 기분장애와 우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환자 가족과 친구들이 병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 심씨도 치료를 시작하고 생활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치료를 시작하고 화장실 가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건강에 관심을 갖고 운동과 음식에 신경쓰게 된 점도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라며 "요즘은 친구들과 공원에서 파크골프를 치는 재미에 빠져있다. 지금껏 가족을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는 건강하게 몸 관리를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