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협회장 나란히 정관 출신 안착…관치금융 우려 ‘스멀스멀’

기사승인 2020-12-02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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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협회장 나란히 정관 출신 안착…관치금융 우려 ‘스멀스멀’
▲정희수 생보협회장 내정자(왼쪽)과 정지원 손보협회장 내정자(오른쪽). 사진=각사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생보협회장으로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내정됐다. 지난달 13일 손보협회장 선임이 확정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까지 포함하면 양대 보험협회의 수장이 ‘관’ 출신과 ‘정’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같은 협회장 선임에 금융시민단체들은 관치금융의 고착화가 심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차기 손해·생명보험협회장 인선이 최종 확정됐다. 손보협회장에는 금융위원회 출신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이 이달 임기를 마치고 취임을 앞두고 있다. 손보협회의 경우 지난 2014년 세월호 사태로 인해 불거진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민간출신 협회장이 취임한 이후 약 10년간 관출신 인사가 협회장의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생보협회의 경우 관 출신 인사가 아닌 국회의원 3선 의원 출신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내정됐다. 정 내정자는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9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담당했다. 이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뒤 보험연수원장직을 맡아 보험연수원을 이끌어왔다.

이같은 정관 출신 인사가 양대 보험협회장에 오르게 되자 금융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관피아’와 ‘정피아’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전지예 사무국장은 “금융협회장을 관피아들이 차지하게 된 것은 사모펀드 사태, 끊임없는 보험 분쟁 등 바람 잘날 없는 금융권의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력을 막아줄 수 있는 강한 관료 출신의 협회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의 징계 등 책임을 무마시키고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자 오랜 ‘관치금융’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험협회들의 관치금융을 중단하고 관피아 대신 민간 전문가를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정·관피아 선임이 이어지게 만든 원인이 금융당국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협회장에 관 출신, 혹은 정 출신 인사가 선임되는 이유는 민간 출신 회장보다 정관 출신 회장의 목소리가 금융당국에 잘 닿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협회사들이 정·관출신 인사를 고집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선호하게 된 원인을 찾아보면 금융당국이 자신들과 연관이 없는 출신의 협회장들을 외면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업계와 연결된 정책을 논의하는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에서 먼저 공정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에서는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이라고 해서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은 실손보험 간소화를 비롯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의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국이나 정치권과의 소통 창구 역할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 출신 인사라고 하더라도 관련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고 활동했다면 협회장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능력이 있음에도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라고 무조건 인선에서 배제하기 보다 향후 업무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