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학생회’는 ‘학생’이 만든다

“학생은 피교육자 아닌 대학 주체”

기사승인 2020-12-02 13: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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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프레스] ‘학생회’는 ‘학생’이 만든다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김소현 연세춘추 기자 = 대학은 사회 활동의 주체다. 역사 속 대학생은 사회를 흔들었다.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학생들은 민주화운동 주축으로 부조리함에 대한 개혁을 외쳤다. 독재체제는 어용학생회인 학도호국단을 편성했으며, 대학생들은 간선제로 선출하는 학도호국단 총학생장과는 별도로 총학생회장을 직선제로 뽑으려 하기도 했다. 1985년 학도호국단은 대학 자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폐지되고, 학생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학생회는 탈정치화됐다고, 비운동권 세력이 주류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말 대부분은 학생회가 정치사회 분야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거칠게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학내복지 중시 학생회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선거철인 지금, 입후보자들의 공약만 봐도 알 수 있다. 학생회는 편의 물품 구비나 간식 사업을 시행하며 이는 학생들의 학생회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대학은 작은 사회이기도 하다. 정치계에서 접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라는 말도 대학 내에서 흔히 쓰인다. 비대위는 학생회장단 공석 상태 시 업무를 대행한다. 대개는 선거 무산, 탄핵의 이유로 구성된다. 

학생회 선거가 최근 자주 무산되고 있다. 입후보자가 없기 때문이다. 투표율 미달로 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하기도 한다. 총학생회뿐 아니라 단과대학·독립학부를 포함한 여러 학생자치단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에 학생회를 부르는 명칭은 획일적으로 변했다. 각 학생회의 선거운동본부명 대신 비대위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학내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학생회 하면 좋나요?” 해당 게시물에는 “좋은 스펙이 되지 못한다”, “그거 할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해라”와 같은 답글이 달렸다. 캠퍼스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던 때라 대학 학생회는 어떤 집단인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누가 왜 하는 것인지, 과연 스펙만을 위해 하는 일일지 생각했다.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이전만큼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신입생 때 봤던 글도 이로 인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학생회 역할이 무엇인지, 왜 존재하는지 모르니 스펙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 

문제의 원인으로 학생 개개인을 탓할 수 없다. 시대 흐름에 따라 대학가 분위기는 변했다. 대졸자가 늘었다. 더 이상 대학생은 지식인 계층이라 불리지 않는다. 무한경쟁 속에서 취업 걱정도 필수다. 학생회는 사회변혁을 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학생들은 ‘단결’은 커녕 ‘단절’돼 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일상’이 된 것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생회 중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2020년은 학생회가 형성된 배경과 다르다. 시대가 다르니 추구하는 방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때의 학생회 시스템을 강요할 수 있을까. 물론 요즘의 학생회는 우산을 빌려주고 간식을 나눠주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지금의 학생회도 필요할 땐 나선다. 학생회는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회 참여 의식도 보여줬다. 대학 내 소수자 인권 논의는 훨씬 활발해졌고, 근래에는 비대면 학기로 인한 등록금 반환 시위와 공공의대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이 있었다. 학생회가 학생을 위한 것임을 표방한다고 해서 사회 참여 의식이 결핍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때의 학생회는 그때의 학생들이, 요즘 학생회는 요즘 학생들이 만들어간다. 요즘 학생회가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학생들은 요즘 학생회에 과거 학생회를 투과해서는 안 된다. 또 학생회는 복지만 제공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요즘 학생의 마음가짐이다. 피교육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대학의 주체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것이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학생회가 되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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