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노동자들은 죽는다”… ‘秋·尹 갈등’에 뒤로 밀린 ‘중대재해법’

정의당, 여야 무관심 속 1인 릴레이 시위 이어가
법사위 공청회서 의견 팽팽… “위험의 외주화 극복” vs “기업 존립 위협”

기사승인 2020-12-03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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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노동자들은 죽는다”… ‘秋·尹 갈등’에 뒤로 밀린 ‘중대재해법’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며 산적한 국정 현안들이 뒤로 밀리고 있다. 거대양당의 호응으로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논의는 ‘뒷방’ 신세로 내몰렸다.

중대재해법은 강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노동자의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 경영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달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감대가 형성되면 입법할 수 있다”고 호응하며 국회 내 화두로 떠올랐다. 다수의 여야 의원들이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해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추·윤 갈등’이 터졌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처분을 내리자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두 사람의 갈등으로 쏠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추 장관, 국민의힘은 윤 총장에 대한 비호에 각각 나서며 ‘중대재해법’ 제정의 목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채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정의당은 59회차(시작 87일 경과)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류호정 의원은 1일 국회 본회의 발언에 나서 여야 의원들에게 중대재해법 제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일터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죽었을 것이고, 아마 내일도 죽을지 모른다”며 “이들의 죽음에 우리 국회는 정말 책임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밖에서는 김종철 대표가 울산 현대중공업 등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잇따라 방문해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3일부터는 강은미 원내대표를 필두로 국회 농성에 들어가 연내 법안 통과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정치권의 모습에 시민들에게선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대학생 A씨(24·남)는 “동인, 서인 편 갈라져서 나눠서 싸우는 모습이 조선시대 같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이슈가 있다 하면 다 내팽겨치고 뭐하는 것인가”라며 “이러니 정치인들에게 신뢰가 안간다. 서민들 삶에는 관심이 없고 다들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밝힌 직장인 B씨(24·여)는 “윤 총장이 대선주자라서 이렇게 크게 일을 만든 것 같다”며 “중대재해법이 반드시 처리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당론도 정하지 않고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솔직히 보수정당이야 원래 그랬다고 쳐도 민주당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털어놨다.

“내일도 노동자들은 죽는다”… ‘秋·尹 갈등’에 뒤로 밀린 ‘중대재해법’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한편 법사위는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선 법으로 ‘위험의 외주화’ 해결이 가능하다는 목소리와 ‘기업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위험의 외주화 해결’ 측면에선 산재 사고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극복하고 위험을 만드는 주체는 누구든 책임지는 원칙을 관철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은 고위 경영자에게 의무 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도 “경영자 처벌이 필요한 것은 결국 기업범죄 예방에서 중요한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잉처벌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기업과 경영자의 안전의무 위반은 ‘고의범’이지 ‘과실범’이 아니며 ‘결과적 과중범’”이라며 “안전의무를 위반하면 노동자와 시민에게 위험이 발생하는 만큼 3년 이상 징역 처벌 규정을 둔 폭행·상해치사와 비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대로 ‘기업의 존립 위협’ 측면에선 과도한 형벌규정, 포괄적 의무위반 규정 등을 들며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법안이 지나치게포괄적이고 엄벌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비현실적 규정이 매우 많고 선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중소기업 등에 과잉처벌이 집중되는 부작용만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해 전체 사고 사망자의 94.4%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했고, 77.2%가 50인 미만 소기업에서 일어났다”며 “현행 산안법도 사업주 및 원청에 대한 처벌수준이 매우 높고 개정 산안법도 시행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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