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양희종, 팀을 생각하는 ‘진짜 리더’

기사승인 2020-12-04 22: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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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양희종, 팀을 생각하는 ‘진짜 리더’
사진=한국농구연맹 제공
[인천=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프로 선수는 성적으로 말을 한다. 연봉도 성적을 통해 매겨진다. 그렇기에 선수에게는 득점 하나, 어시스트 하나가 소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양희종은 달랐다.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선수였다. 그의 머리속에는 오직 ‘팀’ 밖에 없었다.

양희종은 4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경기에서 31분20초를 뛰며 12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희종의 활약과 더불어 앞선에서 이재도(20득점)과 변준형(20득점)을 합작하면서 안양 KGC가 전자랜드를 91대 82로 꺾고 승리했다.

최근 손가락 통증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양희종은 휴식기 이후 오랜 만에 경기를 소화했다. 양희종이 치른 마지막 경기는 지난 10월15일 고양 오리온전.

경기가 끝난 뒤 양희종은 “복귀전에서 승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팀이 많이 침체된 상황이었다.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게기가 된 것 같아 행복하다”라며 “선수들이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 패스, 드리블 등 모든 부분에서 자신감을 가지는 경기가 됐으면 한다. 이 분위기를 타서 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막 초반 상승세를 타던 KGC는 휴식기 직전 2연패를 당하면서 6위까지 추락했다. 특히 본인들이 추구하던 ‘빠른 속공’은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 팀을 지탱하는 리더가 경기에 없다보니 쳐진 분위기를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양희종은 “시즌 초반에 내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 스스로에게도 실망스러운 정도”라며 “휴식기에 훈련 강도를 끌어올렸다. 시즌 중간에 휴식기에 부상을 당하면서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양희종은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자신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팀이 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괴로워했다.

“나 뿐만 아니라 안 아픈 선수는 없다. 계속 뛰어왔던 동료들은 힘들었을 것이다. 아프지만 참고 기다려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경기를 뛰다보면 당연히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꼭 이기고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힘들어도 5분만 버티자, 3분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복귀전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동료들을 보면서 힘을 받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또 다른 수훈 선수 이재도는 “누구보다 책임감이 있는 선배다. 같이 뛰는 입장에서 안 따라갈 수 없는 선배다. 그래도 몸은 사렸으면 좋겠다. 안 다쳤으면 좋겠다. 걱정된다”라고 했다.

양희종은 후배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전했다. 현재 KGC는 오세근과 양희종이 중심이 아닌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리빌딩 단계를 겪고 있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변준형에게 많은 공을 쥐고 있다. 그런 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공격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이를 두고 양희종은 “워낙에 능력이 있는 선수다. 내부에서도 변준형을 많이 밀어주는 작전이 있다. 작전은 코칭스태프가 내는 거고 수행하는 게 선수들 몫이다. 누가 득점 많이 하고 공 많이 소유하는걸 떠나서 가드는 당연히 공 소유 많이 하는 것”이라며 수긍했다.

이어 “지금도 무척 잘하고 있지만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 사실 막내가 권한을 누린다는게 특권이다. 변준형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경기 집중해준다면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후배를 위한 격려의 말을 보내기도 했다.

훈훈한 분위기로 기자회견이 끝나기 직전 양희종은 갑자기 당부할 말이 있다고 자리에 앉았다.

“경기 외적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다. 공식 인터뷰에서 감독님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선수들보다 감독님이 더 몸도 안 좋으셨다. 기분이 저하된 상태였다. 그래서 팀 분위기도 많이 처졌다. 감독님이 힘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선수들도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이 힘을 내셔야 선수들도 따라갈 수 있다.”

팀을 생각하는 진짜 리더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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