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방역에 취해 늦은 건 아닐지

기사승인 2020-12-17 0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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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방역에 취해 늦은 건 아닐지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책이 뒤늦게 움직인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방역은 성공적이었다. 진단키트를 선제적으로 개발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코로나19 확진자를 분류하는데 성공했고, CCTV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역학조사 및 자가격리 시스템 활용, 드라이브 스루·워크 스루와 같은 대량검사 체제,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에 대한 국민들의 협조 등으로 코로나19를 잘 막아내 왔다.

지난 2월 대구·경북, 5월 이태원 중심, 8월 광복절 집회 등 위기도 많았지만, 국민들의 협조와 정부·의료진의 노력으로 우리는 이겨낼 수 있었다. K-방역은 자랑할 만 했고, 각 국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방역의 노하우를 묻기도 했다. 사실상 ‘국뽕’에 취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정부는 코로나19 초창기부터 가을-겨울철 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 K-방역이라는 뽕에 취해 대응이 뒤늦었던 건 아닐까. 확진자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정부는 한 발 뒤늦게 움직였고, 꼭 이게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확진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결국 일일 확진자 1000명이라는 수치를 경험하게 됐고, 국민들 스스로 방역수칙을 좀 더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병상도 부족해 자택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의사 2명이 확진자 70명을 돌보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의료진도, 병상도 부족하다는 것. 정부가 대비하겠다던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됐는데 무엇을 준비한 것인가.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은 앞서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민간대학병원의 병상을 코로나19 병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 모든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뒤늦게 1만병상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의료체계가 곧 붕괴될 것처럼 위기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일일 확진자 2000명이 일주일만 유지돼도 모든 병상이 가득 찰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백신 확보도 마찬가지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백신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레 접근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이 시점에 물량을 확보해 놓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미비한 상황이다.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K-방역의 성공이라는 타이틀에 목메서는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선제적인 방역대책으로 나서주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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