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명분이 핑계가 되면 안 된다

"환경보호" 충전어댑터 뺀 애플…소비자 기만 아닌가요

기사승인 2020-12-17 20: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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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프레스] 명분이 핑계가 되면 안 된다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최성훈 한성대신문 기자 = 명분(名分),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라고 정의돼 있다. 제대로 명분을 갖추지 못한 행위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 받지 못한다. 
 
기업이 행하는 일도 제대로 된 명분이 없으면 비난받기 일쑤다. KFC에서 2010년에 진행한 버킷 포 큐어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캠페인은 KFC에서 파는 치킨 버킷 하나당 50센트씩을 유방암 예방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치킨과 같은 고지방식이 유방암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간과했다. 결국 캠페인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KFC를 비난하고 조롱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KFC와 같이 잘못된 명분을 내세우는 기업이 있다. 바로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의 기업인 애플이다. 

지난 10월 애플은 자사의 신규 스마트폰인 아이폰 12 시리즈를 발표했다. 새로 나온 아이폰의 패키지는 기존의 아이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아이폰 본체, 이어폰, 충전 어댑터, 충전케이블로 이뤄진 기존 구성에서 이어폰과 충전 어댑터가 빠졌다. 
 
미국 기준 10월 13일에 진행한 발표회에서 애플은 충전어댑터를 뺀 이유가 환경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애플의 부사장인 리사 잭슨은 발표회 영상에서 “세상에는 20억 개가 넘는 애플 충전 어댑터가 있습니다. 타 제조사의 어댑터를 제외하고도 말이죠, 그래서 아이폰 상자에서 어댑터를 없앴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은 언뜻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말과 달랐다. 이전에 제공한 충전 어댑터 자체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폰 배터리의 용량은 매년 늘어났다. 하지만 제품과 함께 제공되던 충전 어댑터의 출력은 2013년부터 아이폰 11 프로와 아이폰 11 프로 맥스 모델을 제외하곤 5W에서 늘어난 적이 없다. 용량은 늘었지만 출력은 그대로인 덕분에 2016년 아이폰 7 플러스는 기본 충전 어댑터를 통한 충전시간이 3시간을 넘겼다. 최근의 제품은 배터리 용량이 더 늘어났다. 충전 시간은 자연스레 더 늘어났다. 타사인 삼성과 LG는 각각 2014년과 2015년부터 고속 충전이 지원되는 충전기를 동봉해 제품의 충전시간을 줄였다. 애플은 홈페이지에 “충전 어댑터가 새것이 생겨도 포장에서 꺼내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은 듯하다.    

구성품목이 줄었지만 가격은 유지됐다. 아이폰 12의 가격은 아이폰 11과 비교했을 때 100불 정도 가격이 올랐다. 아이폰 12 뿐만 아니라 이어폰과 충전 어댑터가 빠지기로 결정된 아이폰 SE 2세대 모델도 할인 없이 기존 출고가 그대로였다. 어댑터를 빼기로 결정한 직후에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이폰 12에 동봉된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에 대응되는 새로운 충전 어댑터를 2만 5천 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성품목에서 어댑터를 뺀 것이 정말로 환경보호를 위한 것인지 의심이 간다. 애플의 본심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원가 절감일지 모른다.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모든 제품에 적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친환경적인 행보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다만 친환경이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핑계가 되면 안 된다. 애플은 스스로의 행보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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