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강화한 3단계-α…“국민 탓 그만, 그들도 피로하다”

거리두기 격상 아닌 ‘핀셋방역’에 전문가‧국민 불만 증가 

기사승인 2020-12-23 04: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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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 강화한 3단계-α…“국민 탓 그만, 그들도 피로하다”
22일 서울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중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69명 늘어 누적 5만1천460명이라고 밝혔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3단계 마이너스 알파. 그 다음은 뭐냐”, “말장난 하지 말고 3단계 시행하라”, “3단계는 아닌데 그보다 더 강화한다는 게 무슨 소리냐”, “정부는 멋대로 기준을 바꾸고 안 지키는 국민에게만 과태료를 먹인다? 안되면 국민 책임이라는 정책일세.”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현재 수도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거리두기 격상이 아닌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을 택했다. 3단계 격상 조치와 별개로 연말연시를 맞아 국민들의 이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경기도·인천시에 지자체 행정명령 형태로 적용하기로 한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거리두기 상향조정 기준을 지키지 않아 방역에 구멍이 생기고 있고, 약 1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유행 및 반복적인 거리두기 조정으로 피로감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강화된 핀셋방역, 거리두기 격상 여부는 이번 주말 결정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869명으로 전일 925명보다 57명 감소했다. 800명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15일 0시 880명 이후 일주일 만이다. 신규 확진자 추이를 보면 0시 기준 지난 12월 9일부터 22일까지 ‘670→680→689→950→1030→718→880→1078→1014→1064→1051→1097→926→869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1주간 일평균 확진자도 985.6명으로 전날 989명에 비해 3.4명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인 800~1000명대를 일주일째 충족하고 있다. 거리두기 3단계는 전국 주 평균 확진자 수가 800~1000명 이상이거나, 2.5단계 상황에서 더블링 등으로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격상된다. 치명률이 높은 60대 이상 신규 확진자 비율, 중증환자 병상수용능력 등도 고려된다. 

그러나 정부는 ‘셧다운’ 수준의 3단계 격상 조치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서민층의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이동량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거리두기 상향 조치와는 별개로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 는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28일 종료되는 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의 거리두기 조치 연장 또는 상향 여부는 이번 주까지의 상황을 지켜보고 주말에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6일부터 지금까지 주간 하루 평균 환자 수는 약 986명으로 거리두기 3단계를 검토하는 기준범위 내이지만,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확대하는 등 방역대응 역량을 유지하고 있고, 의료체계의 여력을 계속 확충하며 대기환자를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다”라면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3단계로의 상향은 현재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며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반장은 “다만 환자 증가세의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량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연시를 고려하면 최근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한 고위험시설과 성탄절과 연말연시의 모임과 여행 등에 대한 방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최대한 방지해야 현재의 상황을 억제하고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3단계 조치와는 별개의 조치로 24일부터 1월 3일까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수립해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의 일부 내용들 중에는 기존에 설계했던 3단계 거리두기 내용보다 더 강력한 부분들도 있고, 3단계와 동일 수준의 내용들도 있다”며 “거리두기 상향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관찰하고 있는 중이고, 금주 동안의 반전추이 혹은 환자들의 증감들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찔끔’ 강화한 3단계-α…“국민 탓 그만, 그들도 피로하다”
▲수도권 및 비수도권 다중이용시설 방역지침 의무화 조치 비교표


이번 특별방역대책 내용 중 기존 3단계 체계보다 강화된 조치로는 집합금지 인원 기준 강화, 숙박시설 예매 제한, 파티룸 집합금지 등이 있다. 우선 당초 집합모임 제한기준인 ‘10인 이상’을 ‘5인 이상’ 낮춰 집합모임 제한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3단계 조치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들도 추가했다. 여기에는 호텔 등 숙박시설에 대한 예매를 1/2로 제한하는 것, 파티룸 등에 대한 집합금지, 요양병원·시설 종사자들의 사적모임 금지 행정명령 발동이 포함된다. 거리두기 단계가 3단계로 격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에 준하거나, 그 이상인 셈이다. 


‘찔끔’ 강화한 3단계-α…“국민 탓 그만, 그들도 피로하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으로 수도권에 대한 '5인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발동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홍대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태현 기자


◇ 특별방역대책 발표 직후 부정적 반응 쏟아져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방역대책으로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2.5단계+α 또는 2.75단계에 준하는 방역대책이 발표되고 이어 ‘3단계-α’ 조치라는 용어까지 나오면서 네티즌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제한’ 관련 대책을 발표한 직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이날 오전 9시 전후 실시간 댓글에는 “3단계 올리기 싫으니 특별방역대책을 하는 거냐. 이럴 거면 거리두기 1단계로 낮추고 특별방역대책 해라(ke***)”, “3단계는 못하고 2.75단계 중(dw***)”, “혼란은 정부가 주면서 3단계 거짓말 유포하면 끝까지 찾아낸다고 협박하는 거냐(sa***)”, “확진자 수가 낮아진다 싶으면 거리두기 단계 낮추고 소비쿠폰 얘기하니 시민들도 긴장감이 낮아지지. 확진자 수가 낮을 때 거리두기 강화해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잡았어야 했다(ll***)”, “희망고문하지 말고 전국 3단계를 해라(le***)” 등의 내용이 달렸다. 

오전 11시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을 발표한 중수본 정례 브리핑 이후 실시간 댓글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오후 1시 30분 기준 댓글에는 “(거리두기) 상향 안하겠지. 하루 천명 이상씩 나왔을 때도 안했는데 어제 오늘 확진자 떨어지고 있으니 해봐야 2.5단계 연장이다. 헬스장, 당구장, 학원, 호프집 등 망해나가는 곡소리 들리겠네. 애초에 전국 3단계를 짧고 굵게 해서 빨리 확진자 떨어트리고 단계 내렸어야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았다. 질질 (끌면서) 2단계, 2.5단계로 가면 다 죽어나가는 거다.(w***)”, “아예 3단계 영업금지하면 속 편히 문 닫고 배달알바라도 하지. 연말연시에 문 열기도 닫기도 애매한 5인 이상 모임금지라니. 손님 없고 매장 인건비만 나가네(ap***)”, “3단계 안하면서 3단계보다 더한 방역은 뭐하자는 것인지? 스키장은 전면 중단하는데 콘도나 숙박업소는 전면중단 안하고.(di***)” 등의 내용이 있었다. 

현장 출근을 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빨리 유행 상황을 끝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백화점에 근무하는 A씨(30)는 “매일 10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아직도 거리두기 단계는 2.5단계고 활동은 제한되고 있다. 고용불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질질 끌지 말고 확실하게 닫고 (바이러스를) 잡는 게 빠르지 않겠느냐”라면서 “이럴 거면 기준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 국민 피로 증가하는데…정부 “단계 상향 지연시킨 적 없어”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에게 방역의 책임을 돌려 이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들은 11개월 동안 열심히 방역수칙을 지켰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이 마치 안 지킨 것처럼 국민 탓을 하고 자꾸 방역에 협조해달라고 한다”면서 “국민들도 피로하고 힘들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는 자신들이 정한 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단계 올리는 것도 핑계 대면서 제대로 하지 않고, 중증환자 비율이 낮아서 아직 올릴 때가 아니라는 식의 조삼모사 정책을 하고 있다”며 “국민이 권력, 인력에 대한 권한을 줬으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정부는 거리두기 기준을 지키지 않고 단계 상향을 늦게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11월에 새로 만들었던 거리두기 상향 기준을 위배한 적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손 반장은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있어서 보다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여론이 있는데 그 부분은 공감할 만한 지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정부가 정한 기준을 위배했다라고 하는 지적도 가끔 나오는데, 현재까지 상향 기준을 위배한 적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고로 중수본은 한주 평균 신규 확진자가 100명이 넘었을 때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고, 지난 11월 17일 단계를 격상했다. 이때 주 평균 환자 수는 처음으로 일일 100명을 초과해서 111.3명이 나왔다”며 “수도권 2단계로 올렸을 때에도 현행 지표로는 일일 평균 확진자가 200명을 넘었을 때인데, 지난 11월 22일 일일 평균 환자가 188.7명, 그 다음 날인 23일에는 200명을 돌파하는 시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5단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전국 400~500명이라고 하는 범위값으로 일일 평균 환자 수가 제시돼 있고, 이 400~500명을 초과하는 순간 2.5단계로 상향하도록 돼 있다”며 “이에 이달 6일 전국 2.5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때는 처음으로 상한기준인 500명을 초과하는 514.4명이 발생한 날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지난 11월에 설계했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에 따라서 그 기준을 초과하는 순간 계속적으로 단계를 상향시키고 있다. 오늘까지의 주 평균 환자 수는 986명으로 현재 3단계 기준인 800~1000명을 초과하는 순간인 상향기준 내의 범위에 속해있다”면서 “이 단계 격상을 더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하지만, 정부가 정한 기준을 위배해서 단계 상향을 더 지연시켰다고 하는 부분들은 사실관계와 정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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