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괴물을 찍다보니 제가 괴물이 되겠더라고요”

기사승인 2020-12-23 0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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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괴물을 찍다보니 제가 괴물이 되겠더라고요”
▲ 사진=이응복 감독. 넷플릭스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김은숙 작가와 함께한 세 번째 작품인 tvN ‘미스터 션샤인’이 종영한 지 2~3달 후, 웹툰을 보던 이응복 감독은 김칸비 작가의 ‘스위트홈’을 발견했다. 아파트를 배경으로 인간이 괴물과 싸우고 괴물로 변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었다. 한동안 빠져서 웹툰을 읽던 이 감독은 연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PD에게 연출 의지를 밝혔다. 작업 도중 넷플릭스가 관심을 보여 함께 하게 됐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출발한 배경이다.

지난 21일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온라인 화상화면으로 만난 이응복 감독은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뭉클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괴물을 다룬 드라마,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처음이었고 나름대로의 도전이었다. 그는 “겁 없이 만들었다”며 연출을 결심한 계기와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다.

“‘스위트홈’은 원작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연출하고 싶었어요. 도전해보지 못한 크리처물 장르에 대한 장벽도 느꼈지만 원작 자체가 좋아서 도전하고 싶었죠. 이전에 해보지 못한 작업방식을 도입해서 좋았어요. 예를 들면 ‘스위트홈’은 90% 이상 세트에서 촬영했어요. 연기자들과의 호흡도 좋았고요. 전에 하지 못했던 기술적 실험 CG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상당히 많아요. 원작 웹툰과 드라마의 장르적 차이가 있는데, 원작의 호흡을 어떻게 따라가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결합하는 데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쿠키인터뷰]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괴물을 찍다보니 제가 괴물이 되겠더라고요”
▲사진=넷플릭스 '스위트홈' 스틸컷. 넷플릭스
이응복 감독은 스스로도 원작의 팬이었기 때문에 웹툰이 갖고 있는 매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연재중이던 작품에 대해 원작자인 김칸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방향성을 정했다. 독자들이 세계관을 헷갈리지 않도록 등장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써달라는 작가의 요청도 수용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에서 손으로 밀면서 읽는 웹툰을 맛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엔 애를 먹었다.

“웹툰과 드라마의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호흡이 달라요. 매주 한 페이지 만화를 보는 것과 50분까지 드라마를 한 호흡으로 봐야하는 건 다르죠.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도 높아야 하고요. 원작 팬 존중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이야기를 바꾸지 않으려고 했어요. 실제로 드라마 초반엔 웹툰과 거의 유사하게 진행되죠. 연재 중인 웹툰을 영상화했다는 아쉬움이 커요. 만약 웹툰이 완결된 상태에서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개발했다면, 제 생각엔 세 시즌으로 나눠서 괴물이 되는 과정도 세세하게 다루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거고 작품도 3~4년 후에 보여줬겠죠. 하지만 당시엔 원작이 연재 중이었기 때문에 모티브를 따오고 초반 구성은 같이했지만 결말은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또 웹툰을 드라마로 구현할 때 크리처에 관한 기술적인 고민이 더 앞서서 진행되면 표현이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이응복 감독의 전작인 KBS2 ‘태양의 후예’와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모두 대중의 많은 사랑과 극찬을 받았다. 해외로 파병을 떠난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를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 역시 연출이 수월했을 리 없다. 하지만 이 감독은 지난 16일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드라마 중 난이도는 제일 센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쿠키인터뷰]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괴물을 찍다보니 제가 괴물이 되겠더라고요”
▲ 사진=이응복 감독. 넷플릭스
“괴물을 찍다보니 제가 괴물이 되겠더라고요. 결과물을 모르는 중간 과정에서 괴물에게 연기를 시키면 ‘발연기’를 하잖아요. 그걸 완성시키는 노력이 많이 힘들었어요. 촬영단계부터 마지막 CG 작업 후반부, DI 색보정까지 세세한 터치로 완전히 변하는 게 있거든요. 괴물의 피부색과 하늘색에 맞춰서 괴물이 이 장면에 어떻게 나오는지 고민하다보니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연구개발이 많이 필요한 과정인 만큼 괴물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극 중 현수(송강)은 다른 인간들과 달리 괴물화 과정을 겪는다. 스스로의 욕망에 집어삼켜져 괴물로 변한 이들과 달리, 그는 완전히 괴물로 변하지 않고 버틴다. 이응복 감독은 “전작인 ‘태양의 후예’에서도 재앙을 맞아 주인공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되물었다”며 “솔직히 잘 못할 것 같다”고 웃었다. ‘스위트홈’에서 괴물화를 거치며 자의식의 세계에서 스스로와 싸우는 현수를 표현한 과정도 이야기했다.

“현수 스스로의 자의식 세계고 자기 욕망과 싸우는 세계잖아요. 원작과 매체가 달라서 영상의 한계도 있겠지만 시청자분들이 좋아할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욕망과 정신세계를 다루는 장면을 어떻게 하면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지금도 저에겐 숙제예요. 제 방식은 관계로 풀어내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현수를 이용하고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그러다가 우리가 되죠. 현수가 격리된 공간에서 나오는 과정이 자의식화된 스스로와의 싸움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이 된 것 같아요. 저도 원작 팬으로서 그 장면을 비주얼적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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