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애인 확진자 방치 사태...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은

기사승인 2020-12-25 03: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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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애인 확진자 방치 사태...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은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물도 못 마시는 상태로 10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있었죠”

서울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A씨의 말이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한 A씨는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택 대기 중 ‘지옥의 문’을 경험했다고 했다. 확진 판정과 동시에 평소 돌봄 지원을 받던 활동보조사와 가족들이 모두 자가 격리 명령을 받는 바람에 A씨의 일상도 전면 중단됐다. 휠체어에 앉아있던 그 자세 그대로 10시간을 버텼다. 급히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며 거부했고, 보건당국 등에서도 입원 시 생활지원은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 

수도권 중심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돌봄 지원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중증질환자들의 확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A씨의 사례처럼 당사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보건당국은 이들 확진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에 안일했던 것이 드러나고 있다. 논란이 된 이후에야 부랴부랴 대안을 마련하는 형국이다.

선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미 1차 유행을 경험한 대구에서는 지난 2월부터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장애인, 노인 확진자에 대한 돌봄·간병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1년이 가깝도록 서울시를 비롯한 타지자체와 보건당국은 확진자 돌봄·간병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대구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됐을 텐데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수습 등에 바쁜 보건당국은 둘째 치더라도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사회서비스원의 책임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돌봄에 대한 공공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 추진됐다. 개인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고, 국가가 양질의 돌봄을 책임지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국민들은 적어도 돌봄을 담당하는 전문성있는 기구와 시스템이 있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만큼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애인과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나서줄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19라는 긴급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의 긴급 돌봄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재정 상황 등이 열악한 지역도 아니고 전국 사회서비스원의 중심 역할을 하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조차 말이다. 선제적 시행은커녕 대구의 선례가 있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 다소 실망스럽다. 사회서비스원의 긴급돌봄서비스 홍보물에는 ‘돌봄이 필요한 확진자들의 24시간 병원생활 지원’이 명시돼 있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대구만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전국 사회서비스원 돌봄종사자들과 영상간담회에서 “지난 3월 대구가 코로나 위기의 중심지가 됐을 때 사회서비스원 종사자들이 힘을 보탰다”며 “사회서비스원을 만든 것이 매우 다행”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도 국민과 마찬가지로 사회서비스원의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거동이 불가한 A씨의 돌봄을 담당한 것은 그의 아내였다. 아내는 생활치료센터에도 함께 입소해 입원생활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표가 이번 사례에서만큼은 실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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