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님, 정인이는 양부모와 맞지 않아 죽임당한 겁니까?"

靑 "사전 위탁제 등 보완 취지" 해명에도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비난 여전

기사승인 2021-01-19 06: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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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양부모의 학대로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의 대책으로 '입양 아동과 맞지 않는 경우 아동을 바꾸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입양 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문 대통령의 '입양 취소' '입양 아동 교체' 발언 논란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동 학대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답변을 하던 중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이를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발언에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입양 관련 얘기는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 아래 관례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파양시키자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해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해명에도 후폭풍은 계속됐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통령도 자식이 있는 부모인데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나" "발언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이가 살해된 사건에서 입양이 문제인 것처럼 말했다" "부모가 없다고 입양아이들에 대해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나"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과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한다'는 글은 현재 오전 5시 48분 기준 3361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이 글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돼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오늘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운을 뗀 청원인은 "최소한 저 말을 하기 전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과 이야기해 본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복지의 미래는 정말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부모에게 죽임을 당한 아이(정인이)가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인가"라면서 "아이를 바꿔주면 이 아이는 살고 바뀐 아이도 살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입양 사후관리가 철저히 진행돼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대통령마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를 저런 취급하면 그 아이들은 대체 누구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누가 과연 입양을 할 수 있겠나. 저 부분만이라도 실언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연합뉴스
입양 가족과 아동인권단체 등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펼쳐 온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이날 '대통령은 사과하십시오'라는 성명서를 냈다. 

협회는 "대통령의 말씀은 입양아의 인권을 반려견보다도 못하게 떨어뜨렸고 자기 자식처럼 귀히 키우는 입양부모를 '입맛에 맞는 아이를 선택해 키우는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해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말씀에 말꼬리를 잡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에는 사람의 의지와 평소 생각이 담기는 것이라 알고 있다. 비록 문맥과 뜻이 그렇지않다 하여도 대통령의 말씀으로 인해 충격받고 상처받은 입양부모 및 입양아,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14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입양취소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입양 후 아동을 변경한다는 것은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야권도 문 대통령 발언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정인이 사건 방지책은 결국 '교환 또는 반품'인 건지 궁금하다"며 "인권 변호사였다는 대통령 말씀 그 어디에도 공감과 인권, 인간의 존엄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SNS에 "반려동물에게조차 그렇게 하면 천벌 받는다"면서 "현행 법률에서도 파양은 법원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돼 있다. 문 대통령, 인권변호사였던 것이 맞나"라고 지적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