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뿌리’ 훔친 남성, 특허청도 손댔다

기성 작품 도용해 5개 문학상...아이디어도 배껴 특허청장상 수상

기사승인 2021-01-19 13:21:32
- + 인쇄
소설 ‘뿌리’ 훔친 남성, 특허청도 손댔다
▲사진= 김용래 특허청장이 지난해 10월15일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열린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에서 손모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기성 문학작품을 무단 도용해 각종 문학 공모전에 출품하는 수법으로 문학상을 5개나 받아 논란이 된 손모씨의 다른 수상 경력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손씨에게 상을 준 공공기관에서는 뒤늦게 확인 절차에 착수, 도용이 확인될 경우 수상을 취소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손씨는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주최한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특허청장상’을 수상하고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 공모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요해진 위생·방역, 친환경, 비대면 분야와 관련해 기업들이 제품 개선이나 신제품 개발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들로부터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매하자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손씨는 이 공모전에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케이-바이크(K-BIKE)’ 아이디어를 제안해 수상작 중 최고상인 특허청장상을 받았다. 특허청측은 당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여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 높고 기존 서비스 대비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심사위원으로부터 최고점수를 획득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가 지난 2018년 리포트 공유누리집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자전거 네비게이션_공공데이터 활용 창업아이디어_사업계획서’ 보고서 내용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소설 ‘뿌리’ 훔친 남성, 특허청도 손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손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특허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특허 등록된 내 아이디어를 아마 서울특별시에서 구매할 것처럼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손씨는 이 글을 올리며 특허청 산하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캡처 사진도 첨부했다. 한국발명진흥회는 서울시와 손씨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담당했다.

확인 결과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측에서 손씨가 제출한 아이디어 제목을 보고 관심을 가져 한국발명진흥회와 한차례 협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계약까지는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발명진흥회측 관계자는 1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세부적인 아이디어 내용은 비공개 상태였기 때문에 서울시는 공개된 아이디어 제목을 보고 검토 요청을 했다”면서 “이후 세부 내용을 보고 서울시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려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아직 내부 확인 중이지만 손씨가 제출한 아이디어가 (도용 의혹이 제기된 해피캠퍼스 보고서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보여진다”면서 “검토가 끝난 뒤 표절 결론이 내려지면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을 환수 등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설 ‘뿌리’ 훔친 남성, 특허청도 손댔다
▲사진= 한국디카시연구소 제공.

이외에도 손씨가 지난해 한국디카시연구소 주최 ‘제6회 디카시(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 공모전’ 대상에 선정된 것 역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손씨는 ‘하동 날다’라는 제목으로 공모전 대상을 받았는데 제출한 글귀 내용이 가수 유영석이 지난 1994년 발표한 ‘화이트’라는 곡의 가사 후렴구와 일치한다.

한국디카시연구소는 손씨 당선을 취소했다. 손씨는 외려 “(출품) 기준을 보면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해야 하지만 글은 5행 이내의 시적 문장이면 되지, 반드시 본인이 창작한 글이어야 한다고 돼 있지 않다”면서 담당자에게 민사 및 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손씨는 앞서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를 본문부터 제목까지 그대로 베껴 5개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 작가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소설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고, 도용한 분이 지난해 5개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적었다. 김 작가는 손씨가 자신의 소설을 구절이나 문단 일부를 베낀 수준이 아니라 그대로 갖다 붙이는 수준으로 베꼈다는 입장이다.

손씨는 이렇게 베낀 글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받았다. 상금만 500여만원을 타갔다.

손씨는 논란이 되자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상금이 필요했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다른 공모전 수상작에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추후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