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상금 사냥꾼’ 먹이 된 문학상·공모전… “도용-표절 걸러낼 시스템 없다”
▲표절·도용한 소설로 문학상을 수상했던 손모씨의 SNS 계정.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한 남성이 표절한 소설로 5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문학상뿐만 아니라 각종 공모전에도 표절·도용한 작품을 제출, 수상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문학상과 공모전의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손모씨가 다수의 문학상과 공모전 등에 표절·도용한 작품을 제출해 상을 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씨는 앞서 김민정 작가의 작품 ‘뿌리’를 도용해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작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 5개 문학상을 수상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손씨는 도용한 가사를 공모전에 제출, 대상을 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다른 상들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손씨는 지난해 이병주하동국제문화제 제6회 디카시공모전 대상에 선정됐다. 그러나 해당 작품은 가수 유영석의 노래 ‘화이트’의 가사를 도용한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주최 측이 당선을 취소시켰다. 손씨는 “본인이 창작한 글이어야 한다고 소개되지 않았다”며 주최 측 등에 민사소송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는 같은 해 한국예총 경북본부 주관 ‘제10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일반부문 특별상, 경기 포천시 주관 ‘2020년 전국 독후감 공모전’ 우수상, 경기 안양문화예술재단 주관 ‘2020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문학 글판 창작시·문안’ 공모전 등에도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손씨가 제출한 작품들은 온라인 과제물 거래사이트인 ‘해피캠퍼스’에 게재된 자료와 대다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관 단체들은 손씨의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과 부상 등을 회수할 방침이다. ▲경기 파주 출판단지 내 지혜의 숲. 연합뉴스 표절·도용된 작품이 어떻게 수상작이 될 수 있었을까. 주관 단체들에 따르면 표절·도용 작품을 걸러낼 전문적인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 심사위원의 역량 등에 의존해 표절·도용 작품을 걸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수백여건의 공모작을 한정된 인원이 일일이 살펴보기 어렵다. ‘구멍’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기관은 현실적으로 표절·도용에 대해 사전 검열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예총 경북본부 관계자는 “대상·최우수상 등 주요 수상작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이 ‘구글링’ 등을 통해 표절 여부를 심사한다. 그러나 작품 수가 많다 보니 일일이 다 거르지 못했다”며 “자체적으로 모든 수상작품에 대해 구글링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글링은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하는 것을 뜻한다. 안양문화예술재단도 “외부에서 위원을 초대한 심사를 하고 있지만 작품을 전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공모할 때 표절·도용에 대해서는 취소된다고 미리 안내를 하고 있다. 좀 더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상 등을 공모하는 출판업계는 이번 사건을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표절·도용된 소설이 문학상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며 “문학상 심사의 경우, 심사위원분들께서 유사하거나 비슷한 풍인 작품은 애초에 예선에서 배제시킨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인터넷 서핑과 비슷한 작품을 다시 찾아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상황 등을 관찰한 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