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 독방'에 갇힌 삼성, 경영 시계도 멈춰섰다

현대차·SK 등 총수, 미래 사업 분주··· 이재용은 '사법 족쇄'
2018년 석방 당시 삼성 수출 900억달러···국내 전체의 15%

기사승인 2021-01-21 0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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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평 독방'에 갇힌 삼성, 경영 시계도 멈춰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미래 삼성'을 위해 보폭 넓은 경영 행보를 이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목에 사법 족쇄가 채워졌다.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사건 집행유예로 석방 이후 최근까지 국내외 핵심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동시에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코로나19에 다른 경제 위기에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1078일 만에 다시 2평 남짓한 독방에 갇혔고 삼성의 경영 시계도 함께 멈췄다.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꼬였다. 실망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기 그지없다"며 1년에 가까운 수감생활의 막막함을 떨어 놨던 이 부회장은 석방된 이후 삼성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우선 순위를 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춰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며 직원 8700명을 직접 고용했다. 또 반도체 백혈병 갈등의 매듭도 풀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계열사 중 처음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노사 간 단체협약안에 합의하면서 '무노조 50년 경영'도 폐지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고 한 달 뒤인 2018년 3월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삼성 평택공장을 찾았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바쁜 정부 요구에 이 부회장은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명 직접 채용이라는 대규모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1위 대기업으로서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며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런 이 부회장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삼성은 2년간 11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까지 4만명 고용목표도 달성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시 남북관계 개선 등 나쁘지 않은 대외 경제 여건 속에서도 유독 경제에는 낙제점을 면치 못한 현 정부로서는 삼성의 협력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5대 그룹 총수들의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로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며 현장 경영에 분주했던 한해였다. 핵심키워드는 미래로 압축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총 17차례에 걸쳐 국내외 사업현장을 찾았다. 5대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현장경영 횟수다.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 반도체 사업을 챙기며 중국 산시성 서기와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은 미래사업인 수소전기차 사업 협력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회장과 만나 사업 현안에 머리를 맞댔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도 만나 차량에 들어가는 신소재 사업과 관련한 현안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에 지분투자하면서 '수소 경제'에 대세에 합류했다. 소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그간 최 회장이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구광모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 설립을 성공하며 미래사업으로 점쳐둔 전장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신동빈 회장도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ESG경영 강화에 칼을 빼들고 미래 롯데가 나갈 방향을 확고히 했다.

미래 사업을 위한 총수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시기에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다시 직면했다. 김기남 부회장을 중심으로 김현석·노태문 등 3인의 대표이사 체제로 비상 경영체제가 가동되지만 투자 등 적극적인 경영은 불가하다는 게 공통된 경제계의 시선이다.

통상 경영은 CEO의 역량에서 가능하겠지만 굵직한 인수합병이나 경영방향 제시 등은 총수의 영역으로 총수 부재 상황에서 제대로 된 컨트롤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실제 이 부회장이 풀려난 2018년 삼성은 국내 전체 수출액의 15%가량인 900억 달러의 수출기록을 세웠다. 이에 삼성은 이 부회장의 뉴삼성 변화를 위한 동력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