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바이든 시대…쪼개진 美 '통합' 예고

다자주의 표방하며 동맹 복원 추진... 트럼프 언급은 안 해

기사승인 2021-01-21 05: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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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바이든 시대…쪼개진 美 '통합' 예고
취임선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제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은 삼수 끝에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 안팎에 통합과 동맹 메시지를 던졌다. 극심한 내부 분열, 국제사회에서 다자주의 부활, 동맹 복원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질서 구축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바이든 "민주주의가 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취임 선서와 취임사를 하고 대통령직 업무를 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민주주의가 이겼다"며 "통합 없이는 어떤 평화도 없다"고 다짐했다. "내 영혼은 미국인을 통합시키는 데 있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등 폭력 시위로 분열된 정치지층을 통합하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또 "동맹을 다시 복원하겠다"며 전 세계와 다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해야 할 외교정책 1순위로 꼽아 온 그인 만큼 미국 내부뿐 아니라 동맹국에 화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바이든 취임식은 2만5000명의 주방위군이 지키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과거 대통령 취임식은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축제와 같은 행사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무장 시위 우려까지 겹쳐 이전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통령 취임식 때마다 수만명이 몰려 축제를 즐겼던 내셔널 몰도 21일까지 폐쇄됐다. 

막 오른 바이든 시대…쪼개진 美 '통합' 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 연합뉴스
◇전례 없는 길 걷는 바이든…국내외 과제 산적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딛고 마침내 미국 통수권자 자리에 앉았지만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전 세계 확진자와 사망자 수 1위인 코로나19 극복, 보건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올 초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등 극심한 분열 등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의 복합적 위기 속에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반 해결해야 과제가 산더미다. 

미국의 전날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40만명을 넘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미국인 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은 전 세계 감염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미국 감염자는 전 세계 확진자의 25.2%, 사망자는 19.5%에 달한다. 

백진 접종도 순탄치 않다. 지난달 말까지 20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1060만 명 접종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접종자 수를 100만명으로 늘려 100일 내 1억명 접종 목표를 제시했지만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보건 위기는 경기침체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작년 미국 경제가 각각 4.3%, 3.6% 마이너스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일자리수 937만개가 사라졌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기록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8~2009년 860만개 감소를 웃돌았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함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공개한 1조 9000억달러(약 2100조원)에 달하는 '미국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제시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 4년을 거치며 미국 내부 갈등과 분열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미국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로 분열이 가시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외부 과제 상황도 만만치 않다. 선거운동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년간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적인 고립주의를 자처했던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전면 폐기한 후 미국 주도로 소통과 협력, 다자주의를 부활하고 동맹을 복원하는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에 대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의 동맹 강조는 미국이 최대 경쟁자로 인식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이어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자리찾기를 위한 고민에 빠져들 수 있다. 

바이든은 취임 첫 열흘간 의회의 입법이 필요없는 수십 개의 행정명령 등을 통해 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된 '바이든 시대'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