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
폭설·혹한에도 엄마는 청와대 앞을 떠나지 못했다
22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4.16시민동포가족 공동집중행동선포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수단 수사결과를 규탄하고 있다.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 기자 =찬바람이 부는 22일. 노란 패딩을 입은 전인숙씨가 피켓을 든 채 청와대 분수 앞에 서 있었다. 청와대 앞에 선 지 437일째인 전씨는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 고(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다. 양손에 쥔 피켓에는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살인자들을 찾아내라고 명령해달라”는 내용이 적혔다. 임군은 지난 2019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 결과로 논란이 된 ‘헬기 구조지연·방기 의혹’의 당사자다.전씨를 비롯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시민동포,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약속을 이행하라”면서 “고 임경빈군 구조 방기뿐만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 방기도 살인”이라고 규탄했다.피해자 가족 발언 순서에서 전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곧 7주기다. 그동안 부모라는 이름 아래 진상규명만 바라보며 죄인으로 살았다”며 “아이들의 구조가 왜 지연됐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 나라의 국민이 처참하게 버려지는 것을, 내 자식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며 “정부는 명명백백히 세월호 관련 의혹을 밝혀내겠다고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그런데 수사 결과는 대부분 무혐의였다. 너무도 간단하게 끝나버렸다”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진상규명을 도와달라고 노숙 농성을 한 게 79일째”라며 “지금껏 문 대통령의 약속만 믿고 기다렸다. 진상규명 이행을 약속했던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달라. 문재인 정부는 이제 답변을 달라”고 촉구했다.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재수사를 위해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및 해양 경찰 관계자 20명을 기소하고 활동을 종료했다.특수단은 1년 2개월 동안 활동했지만 고 임군의 구조지연 의혹, 유가족 사찰 및 수사외압 의혹 등 13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세월호 유족들은 수사 결과를 듣고 허탈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세월호 유족 및 관련 단체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유족들과 연대하기 위해 오는 23일 집중 행동을 예고했다. 정오부터 광화문역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거리 두기 피켓 시위가 있을 예정이라고 이들은 전했다.hoeun23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