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만원 이상 전기차 보조금 '0'…전기차시장 '지각변동'

기사승인 2021-01-24 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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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정부가 올해부터 9000만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내용의 친환경차 보조금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불던 ‘테슬라 붐’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정부는 21일 전기 승용차의 국고 보조금을 최대 82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낮추고 차량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무공해차 보조금 개편 체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6000만원 미만의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전액 지원하고, 6000만∼9000만원은 50% 지원한다. 9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정부는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을 육성하기 위해서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 지원기준을 차등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현대차 코나를 구입하면 690만∼8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이오닉은 701만∼733만원, 기아 니로는 780만∼8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의 조에는 702만원, 한국GM의 볼트는 760만원을 각각 지원받는다.
9천만원 이상 전기차 보조금 '0'…전기차시장 '지각변동'
롯데백화점 테슬라 갤러리에 전시된 '테슬라 Model Y'. 롯데쇼핑 제공. 

반면 테슬라의 모델S는 국고보조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작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모델3는 329만∼684만원의 보조금이 책정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EQC 400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e-트론 55 콰트로, 재규어 랜드로버 I-페이스 역시 9천만원 이상의 고가여서 구매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작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모델3를 내세운 테슬라가 보조금의 40% 이상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모델3(5479만~7479만원)보다 1000만~3000만원가량 싼 아이오닉(4140만~4440만원)의 가격 경쟁력이 정부 보조금 때문에 희석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예산 측면에서 봤을 때도 테슬라 전기차 보조금 수령 규모가 전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의 40% 이상을 차지해 ‘싹쓸이’ 논란이 일었다.

개편안에 따라 현대차 등 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만큼 대부분이 고가인 수입 전기차에 비해 향후 판매나 시장 점유에 있어 유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보조금 체계가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차가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점을 고려해 6천만원으로 보조금 지급 기준을 정했지만 이 역시 꽤 높은 수준"이라며 "자칫 있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준다는 문제가 나올 수 있어 외국처럼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보조금을 더 주는 식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테슬라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모델Y를 비롯한 다양한 전기차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모델Y는 작년 초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7만 대 이상 팔린 인기 차종으로, 올해 1분기 중에 계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순수 전기차 EQA와 EQS를 선보일 예정이며, BMW는 플래그십 순수전기차 iX와 X3 기반의 순수전기 모델 iX3, 뉴 2시리즈 쿠페 등을 연내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아우디는 쿠페형 전기차 모델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55 등을 국내에 출시한다.

이에 맞서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티저 이미지를 공개한 아이오닉 5를 비롯해 기아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 선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 몸값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