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본 걸로 할게요" 이용구 폭행영상 보고도 묵살한 경찰

임지혜 / 기사승인 : 2021-01-25 06: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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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뒤늦게 수사관 대기발령 조치…진상조사단 꾸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경찰이 지난해 11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물증인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를 덮은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자의 진술만 있고 증거는 없었다'는 기존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경찰은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려 담당 수사관을 징계하는 등 조사에 나섰지만 '봐주기 수사'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지난해 11월 11일 서초경찰서 소속 담당 수사관인 A경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것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며 "A경사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밤 12시 무렵 자택인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 B씨의 뒷덜미를 잡는 등 폭행한 의혹을 받았다. 

앞서 경찰은 이 차관이 택시기사 B씨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랙박스 영상은 이 차관의 특가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증거다. 특가법에 따르면 운행 중 폭행은 당사자의 의사나 합의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다. 특히 택시와 버스의 경우 승하차를 위한 잠시 정차 중인 상태 역시 '운행 중' 범위에 속한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과 11일 두 차례 B씨를 조사하고는 이 차관 사건을 정차한 차에서 일어난 단순폭행으로 판단하고 내사종결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재수사 과정에서 택시기사가 영상을 사건 다음날 블랙박스 업체에서 복원했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30초 분량의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택시기사가 이 차관과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합의한 뒤 휴대전화에서 이 영상을 지웠지만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으로 이를 복원했다.

B씨는 지난 23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서초서 수사관에게 보여 줬지만 수사관이 "차가 멈춰 있네요. 영상 못 본 거로 할게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서초서는 B씨가 출석해 폭행 영상을 보여준 다음날인 11월12일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경찰이 폭행 정황이 담긴 영상이 복구된 사실을 파악하고 직접 영상을 확인하고도 뭉갠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경찰이 덮었다는의혹과 관련해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도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또 경찰이 폭행사건 가해자인 이 차관을 한 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이 차관은 지난 24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11월9일로 조사 일정을 통보 받은 이후 그날 다른 일정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담당 수사관에게 연락해 조사 일정 변경을 요청했으나 이후 추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조직적으로 봐주기 수사를 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A경사를 불러 영상을 본 경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날 이 차관은 피해자에게 거듭 사과했다. 

이 차관 측은 입장문을 통해 "비록 공직에 임명되기 전의 사건이긴 하지만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고 경찰의 1차 조사와 검찰 재조사를 받는 등 고통을 겪고 계시는 택시 기사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인 블랙박스 영상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면서 사건을 숨길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택시 기사에게 해당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택시 기사분의 진술 내용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기사분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다"며 언급을 피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