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츠 혁신의 출발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소통이다

기사승인 2021-01-28 10: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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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는 황희 장관이 내정되었고, 대한체육회에는 이기흥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황희 장관은 탁월한 업무수행 능력과 소통능력을, 이기흥 회장은 체육인으로부터의 높은 지지와 소통의 리더십을 지닌 만큼 두 기관이 대한민국의 ‘스포츠 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과 복지증진이라는 슬로건 아래 부단히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조금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기관이 서로 다른 행보를 해오고 있음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이에 한국스포츠연구원(이사장 조현식)은 황희 문체부 장관의 내정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임을 축하하며, 현재 당면한 한국 체육계의 우려와 걱정의 마음을 담아 다음과 같은 부탁과 당부의 말을 전한다.

첫째, 선수와 지도자의 인권이 존중받는 스포츠 문화 풍토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2019년 1월, S 선수가 미투운동에 참여하면서 스포츠계의 인권유린이 화두에 올랐다. 이에 문체부는 발 빠르게 성폭력 발생 시 가해자의 영구제명, 민간 주도 특별조사,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 피해자 보호 강화, 선수촌 합숙 훈련 개선과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성)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환경, 교육, 관계, 정책 분야의 개선을 촉구했다.

S선수 사건으로 정부와 체육계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2020년 7월, 철인3종 C 선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C 선수가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각 기관이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를 더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는 S 선수 사건 이후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제시한 대안이 유명무실한 해결책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지금까지 스포츠계는 뿌리 깊은 악습으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다. 이제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포츠 폭력과 인권침해를 근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관행과 악습을 철폐하고 실효성 있는 교육을 통해 체육인의 인권을 강화해야 한다. 즉, 모든 체육인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안전하고 체계적인 스포츠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관련 기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스포츠와 4차 산업혁명의 융합을 통해 체육계 일자리를 확충해 주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일깨워주었다. 이는 스포츠와 체육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정보 통신 기술 등이 도입되면서 스포츠 분야에도 혁신적인 기술들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4차 산업은 스포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이면에는 체육인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 산업과 관련하여 문체부에서는 스포츠 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등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하는 체육인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는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를 책임지는 핵심 분야로 국민의 곁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체육인들은 결국 토사구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체육인들이 사회발전을 위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시대 흐름에 맞는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전문성 강화 등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체육인들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민에게 양질의 스포츠 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행복한 삶과 성장이 가능하도록 두 기관이 힘을 합해 엘리트, 생활, 학교 체육의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주길 바란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학생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두 기관의 정책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체육인을 위하는 정책보다는 두 기관의 자존심 싸움으로 불거지는 모양새다.

문체부의 ‘스포츠혁신위’에서는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기 중 주중 대회 폐지 및 주말대회 개최, 합숙소 폐지, 소년체전 폐지 등의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체육인들도 권고안의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지도자, 선수들의 주말 휴식권과 선수들의 훈련 자유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휴식권과 자결권을 침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지난 2016년 스포츠 선진화를 목적으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융합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고 있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사는 모양새다.

한국 스포츠의 혁신과 선진화를 위해서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여 엘리트, 생활, 학교 체육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전문 체육의 경우 다양한 종목의 운동부 창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소년 및 전국체전을 통해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생활체육의 경우 통합리그 승강제를 도입하고 교류전, 스포츠 플랫폼 활용을 통해 공공스포츠클럽을 확대, 운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체육의 경우 클럽형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여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같은 선진형 체육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선 생애주기별·환경별 특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한 통합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넷째, 스포츠가 지닌 가치를 활용하여 건전한 시민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사회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와 영국 같은 해외 스포츠 선진국들은 교육, 생활, 문화, 의료, 여가 등 국민의 생활 속에 스포츠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요컨대 독일은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골든플랜’을 시행하여 스포츠와 체육을 저변에 확대했다. 그 결과 오늘날 독일 인구의 35퍼센트가 클럽 스포츠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일본․미국 등은 클럽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시설을 무상으로 임대하거나 세금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스포츠 선진국은 다음 세대 즉, 청소년(학생선수 포함)들의 올바른 육성에도 스포츠를 십분 활용한다. 이들은 정기적인 스포츠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가치에 주목한다. 분명 청소년들은 스포츠 참여를 통해 5C(자신감, 인성, 유능감, 캐어링, 관계)와 같은 라이프스킬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스포츠의 긍정적 가치를 느끼며 성장한 유청소년은 시민역량과 인성을 겸비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그 가치는 다음 세대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의 참모습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가 지닌 가치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다. 스포츠가 어떻게 학생들과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스포츠와 체육에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스포츠 선진화에 필요한 하드웨어(체육시설, 장비 등)와 소프트웨어(이중경력, 엘리트․생활 스포츠의 융합, 교육 등)를 두루 갖출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한다.

문화의 힘이 점점 거대해지면서 문체부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문체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문화경제, 신한류, 활기찬 문화생태계, 문화로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대한체육회는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구태에서 벗어나 참신한 대한체육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지금까지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같은 목적지를 향하면서도 각자의 길을 개척해 왔다. 이제는 양 기관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스포츠 혁신의 길을 다지고 새로운 역사의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 


글. 한국스포츠연구원 이사장 조현식, 한국스포츠연구원 원장 김은석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