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원치 않는 임신을 끝내는 방법

한성주 / 기사승인 : 2021-01-31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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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임신을 중단하는 선택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임신한 여성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낙태죄 폐지 후속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여성들의 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임신 중지를 결심한 여성이 알아야 할 정보를 모았다.(2021년 1월31일 기준)

▷임신중지 가능자: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
▷필요한 것: 당사자의 결심(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
▷병원 선택: 방문 전 전화로 임신중지 수술 진료 여부를 문의해야 함
▷방식: 약물적 방식, 수술적 방식
▷수술 비용: 약 80~100만원
▷도움 받을 곳: 셰어, 한국여성민우회, 가족상담전화(심리 상담), 아이사랑(의학적 상담)

A.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사람
현재로서는 누구나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형법 제269조 1항 ‘자기 낙태죄’와 제270조 1항 중 ‘의사 낙태죄’가 올해 1월1일을 기점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지로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여성, 임신한 여성의 요청으로 수술을 진행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형법과 별개로 모자보건법 14조에는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예외조건이 남아있다. 처벌 조항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임신중지 수술을 받아도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모자보건법 14조에 해당하는 사람만 임신중지와 관련된 제도적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조건은 구체적으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적·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인 경우 ▲혈족·인척간 임신인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에 치명적인 경우 등이다.

B. 임신중지에 필요한 것
-성인여성: 본인의 결단
혼인관계인 배우자, 태아의 생물학적 아버지의 동의는 필요 없다. 하지만 병원이 기혼의 경우 배우자 동의서, 결혼하지 않은 경우 태아의 생물학적 아버지의 동의서를 요구할 수 있다. 병원들이 의료사고나 법적 시비가 붙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유지하는 관행이다. 제출을 거부하면 병원도 수술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면 여러 병원에 전화를 돌려 동의서를 요구하지 않는 병원을 찾아내야 한다.

-미성년자: 본인의 결단과 법정대리인의 동의서
부모님이나 후견인의 수술 동의서를 병원에 제출해야 한다. 민법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계약을 맺거나 거래를 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병원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를 수술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사실상 아무런 동의 없이 환자를 수술한 것과 같아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 병원 선택
임신중지 수술을 모든 산부인과에서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관련 진료를 거부하는 곳이 적지 않다. 병원에 방문하기 전 전화로 임신중지 수술을 진료하는지, 진료받기 위해 병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는지 문의해야 한다.

D. 임신중지 방법
-약물적 방법
10주 미만의 임신 초기에는 ‘미소프로스톨’이라는 약이 쓰인다. 미소프로스톨은 포궁을 수축시켜 임신 산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작용한다. 미소프로스톨은 제품명 ‘싸이토텍정’으로 유통되는데, 가격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른 가격 차이는 3~400원 수준이다. 포궁 내 피임장치(루프)가 있는 사람, 혈액응고장애가 있거나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이 약을 복용할 수 없다.

약물 사용은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소프로스톨은 위장장애 치료용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이다. 허가되지 않은 용도인 임신중지에 쓰려면, 임신부는 본인이 모자보건법 14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특정 질환에 대한 진단서, 강간에 의한 임신이나 혈족·인척간 임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재판 결과가 필요하다. 다만, 이런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약물을 처방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필요한 서류를 확보하는 동안 약물적 방법으로 임신중지를 시도할 수 있는 시점을 지나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에서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은 절대로 구매·복용해선 안 된다. 임신중지에 쓰이는 약은 심한 출혈과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의사의 진료와 지도 없이 임의로 복용하면 건강에 치명적이다. 게다가 미프진은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약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프진은 모두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된 제품이다. 성분이 불분명한 가짜 약일 가능성이 높다.

-수술적 방법
임신 10주~12주 이내에는 소파술·진공흡입술이 이뤄진다. 소파술은 포궁에 수술 기구를 넣어 임신 산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진공흡입술은 임신 산물을 진공 흡입해 제거하는 방법이다. 12주 이후로는 약물적 방법과 수술적 방법이 함께 실시된다.

수술 비용은 개별 병원에 따라, 임신 주수에 따라 다르다. 10주를 기준으로 80만원~100만원이다. 임신부가 모자보건법 14조의 조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그럴 경우 부담하게 될 비용은 10만원 내외다.

E. 도움 받을 곳
-민간단체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중지 가이드북’을 배포한다. 가이드북에는 임신중지를 결심한 사람과 의료인들이 참고할 정보가 담겼다. 셰어는 '모두가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활동 목표에 공감하는 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의사가 모여 2019년 설립한 단체다.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는 전화상담을 제공한다. 민우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재된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임신중지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면 된다. 민우회는 성평등 사회와 여성인권 실현을 목표로 지난 1987년 설립된 단체다.

-공공기관
공공기관에서는 심리건강 상담과 의학적 상담만 지원한다. 임신중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는 안내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상담전화’(1644-6621)에서는 심리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화를 걸고 0번을 누르면 ‘임신출산갈등상담’으로 연결된다.

보건복지부의 ‘아이사랑’ 홈페이지에서는 의학적 상담을 제공한다. 상단 탭에서 ‘상담실’>‘임신상담’>‘성건강·산부인과상담’에 접속해 질문글을 남기면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답변한다. 임신 중지 전후 나타날 수 있는 건강 이상에 대해 문의할 수 있다.

도움=한국여성민우회, 법률사무소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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