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사람은 되돌아볼 때마다 어른이 된다"

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제2대학 학장)

입력 2021-02-20 18:39:02
- + 인쇄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박한표 학장
우리가 잘 알다시피, 다산 정약용은 나이 마흔에 형제들을 잃고 유배를 떠나며 지옥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60세에 이르러 다시 마주한 막막한 삶에 다산은 또 흔들렸다고 한다. 공자는 마흔을 미혹(迷惑)의 시기라 하며, 흔들이지 않는 나이라고 했지만, 다산은 매순간 휘둘렸다고 고백하였다. 

나이 60을 공자는 이순(耳順)이라 했다. 타인에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나이라지만, 다산은 자신의 안에 타인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불안했던 다산은 60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겠노라 다짐을 하고, 매일 새벽마다 마당을 쓸었다고 한다. 일상을 우선 회복하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귀찮음을 이기고, 안고 있는 절절한 고민들을 뒤로 한 채 매일 마당을 쓸었다고 한다. 하루의 시작부터 스스로를 이견 낸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겼다면 두 번째에서도 이길 것이고, 그렇게 이겨낸 경험이 쌓여 승리하는 습관이 된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마음이 약해질 때면,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다음 내용을 늘 기억했다고 한다. 그가 매일 읽었던 책은 놀랍게도 <소학>이었다. 이 책은 수신(修身)의 공부이다. 수신이란 심신을 닦는 일이다. 다산은 귀양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운명에 지지 않기 위해 매일 이기는 습관을 들이는 수신을 실천했다. 다산은 공부와 저술에 힘쓰느라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났다고 한다. 억울함과 어려움을 뒤로 한 채 쌓여간 이러한 노력은 '다산학'이라는 큰 이름이 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보통 우리는 큰 시련과 변화를 마주치게 될 때 상상도 하지 못할 큰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산은 일상을 지배하며 그 일상을 지키고자 하는 사소한 노력들을 했다. 인생에서 큰 변화가 찾아 왔을 때 먼 데서만 답을 찾는 사람은 그 고난을 이겨 내기 힘들다. 그건 사소한 일상들부터 이기는 것을 습관을 삼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처럼. 내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이었다고 한다.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 오늘 고치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하지 말라.

- 누구나 지옥을 걷고 있으니 타인에게 관대하라.

- 가장 빠른 지름길은 지름길을 찾지 않는 것이다.

- 느리기에 방향이 확실하고 무겁기에 발자국이 깊다.

- 영웅은 무수한 평범함과 실패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는, 요즈음 점차 파편화되면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 익숙해져야 하는 '혼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힘들어한다. 다산 정약용도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다. 다산은 새벽마다 마당을 쓸었다 한다. 밤새 묵은 미련과 어리석음을 먼지와 함께 쓸어 날려 보냈다 한다. 그에게 새벽은 고요함 속에서 혼자를 오롯이 내버려 둘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나도 그렇다. 다시 잠자리에 드는 한 있어도, 새벽에 눈을 뜨면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다산은 마당 청소를 마친 다음, 홀로 작은 방에 앉아 고요히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한다. 

다산 정약용의 이러한 과정은 스스로 반추하며 반성하고 또 그렇게 모자란 자신과 조금씩 화해하는 과정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스스로 끌어 안았던 것이다. 자기를 섬기며, 자신을 행해 부단히 걸어가는 일을 한 것이다. 그렇게 새벽마다 혼자 있는 습관은 앞날을 시약할 수 없는 귀양살이를 버티고 다산학을 완성한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앞이 그저 아득하기만 한 인생이라는 길을 걸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삼지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뒤를 돌아볼 수 있다면 쉽게 휘둘리지 않게 되고, 설령 흔들릴지언정 두렵지 않게 된다. "사람은 되돌아볼 때마다 어른이 된다."(<소학>).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