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말초동맥질환.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가 뭉쳐와요 

박하림 / 기사승인 : 2021-02-22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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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

“70세 남자분이 2년 전부터 걸을 때 발생하는 종아리, 허리, 그리고 엉덩이 통증으로 오셨다. 최근 들어 점점 심해져서 현재는 50m 정도만 걸어도 통증이 생긴다고 하신다. 통증은 쉬면 금방 호전된다고 하시나, 걸어가면 또 발생한다고 하신다. 허리 디스크 때문인 줄 알고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호전되지 않았다고 하신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한국인 주요 사망 원인 2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두 질환 모두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점점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게 된다.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 중 많게는 50% 정도에서 말초동맥질환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초동맥질환은 동맥경화가 팔이나 다리를 공급하는 동맥에 발생하여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액 요구량이 증가하는 걷기 등에 의해 통증을 유발하게 되며, 걷기를 중단하면 혈액 요구량이 감소하면서 통증이 호전되는 특징을 갖는다. 심하면 안정 시에도 혈액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통증이 지속하거나, 괴사가 진행하여 발가락이나 발을 절단해야 하는 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말초동맥질환이 서서히 진행하다 보니 나이 때문이려니 하며 지내기도 하고, 고령이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운동 능력이 감소하여 통증이 유발될 정도까지 빨리 걷지 못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맥 경화의 위험인자가 있다면 검진을 통해 질환 유무를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위 환자와 같이 증상이 척추관 협착증(흔히 허리 디스크)과 비슷하여 오진되는 사례도 많아 감별이 필요한데, 운동 시 주로 증상이 발생한다면 말초동맥질환도 확인이 필요하다.

심뇌혈관 질환과 같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운동 부족 등이 말초동맥질환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흡연이 말초동맥질환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금연 후에도 위험도가 지속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흡연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별 검사는 일반적으로 팔과 발목에서 측정한 혈압의 비를 비교하는 발목 상완 지수(ankle brachial index)를 통해 진행된다. 이후 정확한 병변의 위치를 확인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약물 혹은 운동 치료를 통해 증상 일부를 호전시킬 수 있으나 이러한 치료가 이미 좁아진 혈관을 넓혀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넓히는 풍선확장시술이나 스텐트 삽입시술(그림)이 필요하거나,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인조혈관으로 우회하는 하지동맥우회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말초동맥질환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해당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흡연은 매우 강력한 위험 인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금연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맥경화가 매우 진행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인자가 있다면 조기에 선별 검사를 통해 말초동맥질환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 윤영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