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할게요 vs 카지노도 확률 공개...대척점 선 게임협회와 국회

문대찬 / 기사승인 : 2021-02-2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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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놓고 업계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이용자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국회 심사 전부터 관심이 뜨겁다.

게임법은 2006년에 제정된 전 세계 유일의 독자법이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을 만들어 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였지만 당시 업주가 확률을 임의로 조작한 ‘바다이야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진흥보다는 규제에 집중된 법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문화와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게임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며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하려는 목적으로 게임법 전면개정안을 의원발의(대표발의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형태로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등급분류 절차 간소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해외게임사의 국내대리인 지정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면제 ▲중소 게임사 자금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쟁점이 된 부분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다. 개정안에서는 효과와 성능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록취소, 폐쇄 조치 등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게임산업협회가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개정안 관련 의견서에서 “게임법 개정안은 산업 진흥 아닌 규제로 쏠렸다”면서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며,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밸런스는 게임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라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고 비밀로 관리하는 영업 비밀”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한국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비즈니스모델(BM)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친 상업성을 가지고 있고, 사행심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오래 받아왔다. 좋은 아이템을 갖고 싶은 이용자들은 이른 바 ‘뽑기’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과소비가 불가피하다는 것.

예를 들어 5X5, 총 25칸인 빙고를 완성하면 최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 있다. 이용자는 ‘빙고 카드’로 숫자를 뽑는데, 25개 숫자 중 1개가 나온다. 문제는 숫자가 중복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빙고카드를 100장 이상 사용해 25칸 중 24칸을 채운 이용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해당 이용자는 남은 한 칸을 채우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소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2014년을 정치권이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게임업계는 선제적으로 습득률 공시를 골자로 하는 자율규제를 도입해 법제화를 피했다.

현재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등의 주도에 따라 자율적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협회는 국내 게임사의 자율규제 준수율이 80%~9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GSOK 산하 자율규제평가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12월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공시에 대한 국내 게임사 준수율은 99.9%다. 조영기 GSOK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쿠키뉴스 게임포럼’에서 “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내 게임사가 힘들게 (중국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섣부른 정부 규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자율성 보장을 호소한 바 있다.

반면 정부와 국회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사행성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상헌 의원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게임 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다. 자율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는 동안 게임 이용자의 신뢰는 사라졌고, 반대로 불만은 계속 커져 왔다”면서 “결국 평소 게임 규제를 반대해 온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규제해 달라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협회의 주장대로 자율규제 준수율이 80~90%에 달하고 있다면 전부개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확률 공개를 이행하면 법제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처벌받을 일이 없을 것”이라며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당첨 확률과 환급율을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정부의 줄다리기 속에 업계를 향한 이용자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게임사의 한 게임에서 확률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은 영업 비밀이며, ‘변동 확률’ 구조로 이용자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고 주장한 협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미 자율 공개하는 확률이 영업비밀이라는 것은 모순이다. 협회가 게임 내 확률이 변동함을 인정했다”고 분노했다. 

한국게임학회도 22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이용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학회는 “자율규제는 게임 회사가 신고하는 확률이 정확한 지 확인할 수 없고 위반 시 불이익을 줄 방법도 없다”며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는 생태계 건전화·신뢰회복 노력의 시작으로 장기적인 산업 발전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헌 의원실은 공청회는 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게임업계 종사자와 이용자 의견을 여러 차례 수렴할 예정이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