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닭·오리, 자루에 담겨 산채로 땅속에”... 'AI 예방적 살처분 중단' 청원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02-24 0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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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방지 위해 불가피"..."과학적 근거 부족"

▲경기 화성 산안마을에서는 지난 19일 닭 3만7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동물들의 끔찍한 ‘홀로코스트’가 시작됩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6㎞. 그 안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모조리 죽게 돼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과 관련해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전면 검토해달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23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전면 검토하고 ****의 계란 반출을 허가해달라’는 청원에 8600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은 지난 16일 “멀쩡한 닭 3만7000마리가 살처분 위기에 놓여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달걀 120만개는 이동제한에 막혀 창고에 쌓여만 간다.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단지 3㎞ 내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동물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어마어마하게 죽은 가축들은 땅에 묻혀 토양을 오염시키고 살처분을 지켜봐야 하는 농장주, 공무원, 살처분업자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며 “AI는 매년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이다. 과도한 살처분이 아니라 과학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안마을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살처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청원인은 경기 화성 친환경 산란계 농장인 ‘산안마을’ 운영자 A씨입니다. 지난해 12월23일 화성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해당 농장의 반경 3㎞ 내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산안마을도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죠. 산안마을은 “친환경 방식으로 사육하기에 AI 발병 위험이 적고 진단결과에서도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며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산안마을에서는 지난 19일 결국 살처분이 진행됐습니다. 청원을 올린 지 3일만입니다. 운영자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축산업 허가 취소와 영업 정지 등의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더 버틸 여력이 없어 살처분을 받아들였다”며 “의미 없는 희생이 나온 것이다. 살릴 수 있었는데 행정살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 농가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도 가을이 오면 또 다가올 수 있는 있는 문제”라며 “역학조사 바탕으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고 부분적으로라도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 언제까지 살처분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살처분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제공

정부는 AI 발생 농가 기준 반경 3㎞ 내의 조류를 모두 살처분하는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18년 강화된 지침에 따른 것입니다. 살처분 범위가 기존 발생 농장 500m 내에서 3㎞로 늘며 살처분되는 동물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AI 발생 후 현재까지 3000만 마리에 가까운 가금류가 살처분됐습니다. AI가 국내에서 첫 발생했던 2003년부터 계산하면 살처분된 가금류는 1억3000만마리 이상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생매장과 예방적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23일 청와대 앞에서 “건강하고 멀쩡한 닭과 오리를 대학살 하는 3㎞ ‘예방적’ 살처분을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닭들을 손으로 잡아 꺼내 마대 자루에 5~6마리씩 넣어 땅속에 생매장하고 있다”며 “예방적 살처분은 대량 동물학대와 동물학살일 뿐”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살처분 관련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임시적으로 규정을 조정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2주간 살처분 대상을 발생 농장 반경 3㎞ 내 모든 사육 조류에서 반경 1㎞ 내의 발생 종과 동일한 종으로 축소한 것입니다. 다만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예방적 살처분 반대 주장에 대해 “방역 대책을 (무시하면) 방역의 기본이 무너진다. 한번 전파가 이뤄지면 관리가 어렵다”며 협조를 촉구했습니다.

경기 화성 산안마을에서는 지난 19일 닭 3만7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전문가는 무조건적인 살처분이 아닌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를 지낸 김재홍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은 “살처분은 (사람이나 차량에 의한) ‘수평전파’를 차단할 때는 실효성이 크다”면서 “이번에 발생한 AI는 수평전파보다는 (철새에 의한) 수직전파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 내 무조건적인 살처분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 원장은 “전문가들이 지형이나 차량·사람의 통행, 동선 등 역학적인 요인을 조사해 살처분을 진행해야 한다”며 “거리에 따라 무조건 살처분하거나 면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