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뒷짐 지고 배회만 안 했어도"…어머니 잃은 자녀의 청원

청원인 "뒷짐 출동 경찰관 처벌·사과" 촉구

기사승인 2021-02-23 17: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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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경찰의 늑장 대응으로 어머니를 잃은 자녀가 해당 경찰관에 대한 처벌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사건 현장에 늦게 도착해 저희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경찰관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제도의 개편을 요구합니다'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며칠 전 어머니께서 50대 남성에게 다발적 자상을 입으시고 사망했다"며 "처음엔 어머니를 죽인 남성에게만 화가 났었는데 나중에 뉴스를 통해 경찰이 사건 현장에 늦게 도착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찰은 '코드제로'라는 급박한 상황에, (신고)전화를 받은 지 10분이 지났음에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사건 현장을 지나쳐갔다. 신고가 접수된 지 40분이나 지난 상황에서도 뒷짐을 지고 사건 현장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드제로는 경찰 업무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다.

그는 "사건 발생 50분이 지난 뒤에야 저희 어머니를 발견했다. 신고시간은 0시49분, 경찰이 사건 현장을 지나친 시간은 0시55분, 어머니 사망 추정시간은 오전 1시다"라면서 "만약 경찰이 사건 현장에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면 어머니가 이렇게 돌아가시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렇게 늦었음에도 저와 제 동생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면서 "뉴스를 통해 '경찰관이 뒷짐을 지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은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는 구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경찰이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해당 경찰들에 대한 처벌과 사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뒷짐진 채 출동한 경찰. 채널A 보도영상 캡처
앞서 지난 17일 경기도 광명시 주택가에서 "남성에게 흉기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여성의 신고에 경찰이 출동했으나  안타깝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1시40분쯤 광명시 광명5동 주택가에서 4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 B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사건 당시 CCTV에는 경찰관들이 주머니에 손을 꽂거나 뒷짐을 진 채 범행 장소 앞을 천천히 걸어다니는 모습이 찍혀 논란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는 "코드제로가 발동된 상황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뒷짐을 진 모습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3시15분 기준 1988명이 동의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위급한 상황에 경찰이 제 역할을 못 했다"면서 "피해자의 긴급신고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장사를 하면서 안 좋은 상황이 간혹 생기는데 '혹시 경찰 도움을 못 받으면 어떡하나'하는 걱정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광명지역 온라인 카페에도 "경찰 급여를 압류해야 한다"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신고자는 경찰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