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쥐꼬리 성과급' 논란, 시대가 변했다

구현화 / 기사승인 : 2021-02-24 05: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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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코로나19로 경제가 신음하는 중에 높은 실적을 올린 기업들이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등 IT 기업, 그리고 수혜를 입어 영업이익이 치솟아 오른 기업들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마다 성과급 논란으로 직원들이 술렁인다. 대체 왜 그럴까. 

최근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SK텔레콤, 삼성전자, LG, 네이버 등에서 해당 직원들 사이에 성과급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의 40~60%수준 성과급과 비교해 SK하이닉스는 20% 수준의 '짠물 성과급'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불만이 확산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나서고, 성과급을 영업이익과 연동하기로 했다. 논란은 SK텔레콤으로도 옮겨붙었는데,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겸 SKT 사장이 직접 소통의 자리를 가지며 설득하기도 했다. 

LG와 삼성전자도 각 부문별 성과급 책정이 다른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직원들 때문이 진땀을 뺐다. 올해 분사된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도 좋은 실적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목소리를 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내놓은 네이버도 이런 소란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가 전 직원에게 자사주를 함께 나누고, 넥슨이나 넷마블이 직원당 800만원 이상 연봉 인상안을 턱턱 내놓는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회사는 직원들의 노력으로 많은 이익을 거두었는데 직원들에게 제대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는 직원들이 더 이상 회사에서 희생을 당연시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직장에서의 소득이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지금 이 순간, 즉각적인 보상이 전부가 됐다.

여기에 신세대 특유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결합했다. 직원의 고생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높다면 그에 해당하는 보상을 주어야 합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에서의 인사평가 논란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자신의 인사평가에 납득하지 못하는 적극적인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일견 객관적인 것으로 보이는 다면평가도 기밀로 되어 있는 상향평가 결과가 누설될 수 있고, 직원들의 평가도 일을 잘하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단순한 인기평가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품고 있다. 

이는 카카오뿐 아니라 어느 기업에서나 나올 수 있는 다면평가의 한계이기도 하다. 결국, '무엇이 합리적인가'를 묻는 질문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이 더 똑똑해지고, 기업들은 문제를 피해가기 더 어렵게 되고 있다.

자기 이익에 대해 민감한 MZ세대의 성향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원들은 "우리가 남이가"식 '한국식' 기업 경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이익 공유를 요청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기업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도 신경쓰라는 강력한 요청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새롭고 합리적인 기업문화가 반가운 한편으로 동시에, 조금 씁쓸하기도 한 것은 성과급조차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특권이 일부 대기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주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 더욱 양극화된 사회 분위기에 '그들만의 돈잔치'라는 눈길도 분명 있다. 사회 전반에 '합리적 보상'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 기업들이 앞으로 더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