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현
[쿠키인터뷰] 이정하 “김우식 보고 힘냈다는 말, 저도 힘 얻었죠”
배우 이정하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본사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지각생 왔습니다.” 차가 막혀 첫 오디션에 늦은 상황. 배우 이정하는 오디션장의 문을 열며 이처럼 외쳤다. 현장에 있던 PD와 작가는 의기소침한 표정 대신 밝은 웃음과 인사를 택한 그에게서 자신들이 찾던 얼굴을 봤다. JTBC 드라마 ‘런 온’ 종영 후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무실서 만난 이정하는 “훗날 이재훈 PD와 박시현 작가님께서 제가 오디션 장소에 들어오던 그 모습 자체가 김우식 같아 보였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웃었다. ‘런 온’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인물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에서 이정하는 육상 유망주 김우식을 연기했다. 할머니 손에 자라 ‘애늙은이’ 소리를 듣지만, 순수함과 진중함을 가진 캐릭터다. 같은 육상팀 선배들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는 사건으로 주인공 기선겸(임시완)을 변화의 갈림길에 서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배우 이정하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본사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지난해 4월 오디션을 보고 지난달 마지막 촬영을 마친 이정하는 “긴 기간을 김우식으로 보내 작품이 끝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우식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면서 “심혈을 기울여 연기한 작품이라 공허한 마음이 컸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앞서 다른 작품의 작업을 끝낸 뒤에는 캐릭터를 훌훌 털어냈는데 이번엔 쉽지 않았다. 우식을 처음 접했을 땐 마냥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본을 읽을수록 단단한 사람이었던 덕분이다. 이정하는 캐릭터의 면면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과 과거를 들여다봐야 했다.“김우식이 드라마 전체 서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 부담감이 있었어요. 제 경험을 돌아보며 우식의 힘든 점에 공감해야 했기 때문에 어렵기도 했죠. 우식이 할머니 품에서 자란 것처럼 저도 유년기를 할머니와 함께 보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지만, 우식과 똑같은 곳을 다쳐서 운동을 그만둬야했던 경험도 있고요. 우식과 상황은 다르지만, 제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밝고 긍정적으로 자랐죠. 그런 면에서 우식을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자신과 캐릭터의 닮은 부분을 살피며 연기에 몰입했던 이정하는 김우식이 육상팀 선배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촬영하기가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다.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 감정이 북받쳤다는 설명이다.“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그날 날씨가 유독 춥기도 했고요. 차가운 바닥에서 연기하면서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정적으로 울컥하더라고요.” 배우 이정하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본사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처음부터 이정하를 믿어줬던 박시현 작가와 이재훈 PD는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우군이었다. 이정하는 기억에 남는 응원으로 “너 아니면 김우식을 연기할 수 없다”는 박 작가의 말을 꼽았다. ‘런 온’을 촬영하는 내내  이정하를 달리게 한 한마디다.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임시완과 신세경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다수의 장면에서 함께 연기한 임시완은 그에게 장면과 대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임시완 선배는 제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김우식이 기선겸을 잡고 뿌리치는 장면을 촬영한다고 치면 어떻게 손을 놓으면서 가야 하는지 같은 작은 행동 하나까지 상의하고 연기하는 식이었죠. ‘런 온’을 작업하며 이번에 제주도에 처음 가봤는데, 그곳에서 임시완 선배와 말없이 바다를 구경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우식이 선겸 선배를 우상으로 두고 달렸던 것처럼, 저 또한 ‘런 온’을 찍으며 임시완 선배를 우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이정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취미도 여러가지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풋살을 하는 것도 즐긴다. 가슴이 답답할 땐 등산을 나가기도 하고 종종 어머니를 위한 시를 쓰기도 한다. “학창 시절 암기과목 성적이 제법 좋았다”며 “역사를 좋아해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던 그는 우연히 연극부에 들었다가 연기에 흥미를 느끼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연기자로서 이제 막 출발한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런 온’을 끝내고 나서 ‘김우식을 보고 힘을 냈다’는 반응을 보며 저 또한 힘을 얻었어요. 지금은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다’는 마음이 우선이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점점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되네요. 앞으로 작품을 마칠 때마다 더 단단한 목표가 생겨나겠죠?”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