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된 U-22 로컬룰, 뚜껑 여니 유망주 죽이기?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03-02 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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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FC서울과 개막전에서 후반32분 주전 골키퍼와 갑자기 교체된 김정훈.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지난달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개막전. 후반 32분 갑자기 경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몸상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던 주전 골키퍼 송범근이 빠지고, 2001년생 골키퍼 김정훈이 투입됐다.

경기 중 골키퍼를 교체하는 건 드문 일인데, 전북이 이미 교체 카드 3장을 쓴 상황이었기에 관중석은 혼란에 빠졌다.

이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바뀐 규정 때문이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고려해 교체 선수를 최대 5명까지 확대하는 방침을 도입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해당 규정과 U-22(22세 이하) 선수 출전 규정을 묶어 U-22 선수가 최소 선발 1명, 교체로 1명씩 뛸 때 최대 5명까지 교체를 가능할 수 있게 손질했다.

당시 전북은 주축 미드필더 한교원이 부상을 당하면서 최철순으로 선수 변경을 시도했다. 이미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한 전북은 U-22 슬롯을 이용해야 교체가 가능했기에 송범근 대신 20세 골키퍼 김정훈을 투입해 한교원을 교체했다.

1대 0으로 근소한 리드를 잡고 있던 상황이라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였다. 전북은 다행히 이 경기에서 90분에 바로우가 추가골을 더하면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전북의 골키퍼 교체만큼이나 K리그 개막 라운드에서는 변경된 교체 규정으로 많은 팀들이 다양한 전략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전반전 이른 선수 교체가 계속 연출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1에 승격된 수원FC는 지난 27일 대구FC와 원정 경기에서 측면 공격수 자리에 선발로 나선 U-22 선수 조상준, 이기혁을 시작 16분 만에 김승준, 정충근으로 교체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28일에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좌우 측면에 내보낸 U-22 선수 박창환, 김채운을 전반 21분 아길라르, 지언학으로 바꿨다.

두 팀은 모두 U-22 선수 2명을 선발로 내보내 의무 출전을 충족한 뒤 기존 주전급 선수를 교체로 투입해 전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은 투입 이후 득점에 관여했다. 수원FC의 김승준은 페널티킥을 얻어내 양동현의 선제골을 끌어냈고, 인천의 아길라르는 직접 골을 터뜨렸다. 수원FC는 4번의 선수 교체를, 포항은 5명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이번 1라운드에서 기존과 같이 3장 이하의 교체 카드를 사용한 팀은 2팀(수원 삼성, 강원FC)에 불과했다. 4장 이상의 교체 카드를 사용한 팀은 무려 10팀이나 된다.

최근 규정 변화로 다양한 전술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선 ‘유망주의 성장을 방해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린 선수가 짧은 시간을 소화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건 오히려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일부 구단은 기량이 부족한 U-22 선수를 억지로 라인업에 끼워넣다보니 해당 선수가 그라운드에 머무는 시간 동안 수비 위주의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조직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원FC의 김병수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일 울산 현대를 상대로 3장의 교체 카드만 사용한 김병수 강원FC 감독은 “22세 관련 교체 룰이 복잡하다. 왜 이렇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15분 만에 2명 교체하는 것이 과연 바른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어린 선수 키우는 것에 부합하느냐,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도가 그렇게 된 이상 저희도 많은 고민을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체 인원이 부족하다. 작년 방식 유지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남일 성남 감독도 제주 유나이티드전이 끝난 뒤 “U-22 활용은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면서 “다만 교체가 너무 잦으면 한편으로 조직력이 와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