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병원 인력 기준에 한의사 포함...뿔난 의료계

한의계선 '치매진료역량 충분'...의료계선 '근거 부족' 반발

기사승인 2021-03-04 03:25:02
- + 인쇄
치매안심병원 인력 기준에 한의사 포함...뿔난 의료계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치매안심병원 인력 기준에 한의사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에 의료계와 한의계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신경과 전문의를 포함한 '치매관리법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방의료를 통한 진단 및 치료를 인정한 것이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 환자에 대한 전문적으로 치료, 관리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치매관리법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이 치매환자 전용 시설과 치매전문 의료인력을 갖춰야 지정받을 수 있다. 

현행 규정상 치매전문 의료인력은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해당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도 치매전문 의료인력으로 인정돼 치매안심병원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의계에서는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의 치매 진단 및 치료 역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의학적 도구들을 치매 치료에 활용하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성열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기획총무이사(가천대)는 "전통의학에서는 치매 등 노년기 인지기능장애를 '매병'이라고 해서 오래 전부터 치료를 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치매 관련 한방진료지침을 개발해오고 있다"며 "치매 치료에 한약, 침, 뜸, 부항치료, 한의정신요법 등 한의치료도구를 접목한다면 기존 치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고, 환자들은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받는 등 더 나은 치료환경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치매전문인력 포함하는 것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에 최 교수는 "진료 영역이 겹치기 때문에 늘 갈등은 있어왔다"고 일축했다. 

의료계에서는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포함할 경우 치매 진료의 적정성이 유지되기 어렵고, 진료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적정진료의 질을 유지하려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방신경정신과 한의사는 치매안심병원 필수인력이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경외과학회는 "대부분의 치매 환자는 약물을 복용 중인데 한방신경정신과 한의사는 이런 치매약을 처방할 수 없다. 보조적 한방치료가 있겠지만 치매 치료 약제를 대체할 정도로 보편화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도 입장문을 통해 "한방신경정신과 의사는 치매환자의 진단적 평가 및 관리에 관한 충분한 현대의학적 훈련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치매안심병원 진료 적정성 및 환자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창태 대한노인정신의학회 홍보이사(대전성모병원)는 "치매진료는 세부분과로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 의사 자격증이 있더라도 충분한 수련과 자격 검증되어야만 제대로된 진료가 가능하다. 오진이나 잘못된 치료가 이뤄졌을 때에는 부작용이나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며 "급성기의 정신행동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급히 치료하고 퇴원시키는 역할의 치매안심병원에 한방진료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과학회도 보건복지부에 반대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이번 주 중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은 "치매에는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뇌수동, 파킨슨병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 중에는 제대로만 치료하면 완치 가능한 치매도 있고, 치료 약물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는 질환도 있다"며 "일반 의사들도 보기 어려운 치매를 한방에서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치매안심병원 운영에도 문제가 생긴다. 한편에서는 약물간 상호작용을 염두에 두고 조심히 처방을 하는데, 다른 편에서 한약을 처방하면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질리 없다"며 "과학적 근거를 무시해선 안 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고, 치매안심병원에 사용되는 예산은 다른 질환의 중증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비용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