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가 돌아온다고?… 3040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기사승인 2021-03-04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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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2’가 돌아온다고?… 3040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 접어야겠네….”

‘디아블로’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디아블로 II: 레저렉션 최초공개 트레일러’ 댓글란에는 본업을 잠시 내려놓겠다는 유저들의 다짐이 줄을 잇고 있다. 20여 년 전 게이머들의 가슴을 뜨겁게 지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가 올해 말 리마스터(그래픽 등을 재구성하는 것) 버전으로 재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로도 유명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백파더(예능프로그램) 접어야 겠네”라는 댓글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마술사 최현우 역시 “마술 접어야겠네”라며 거들었다. 해당 영상 댓글란은 이밖에도 “운동을 접겠다”, “LoL을 접겠다” 등의 댓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밤을 새워서라도 게임 내 최종 보스인 ‘디아블로’를 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난달 20일 블리자드는 온라인으로 열린 ‘블리즈컨라인’에서 ‘디아블로2 : 레저렉션’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큰 틀은 유지하되 편의성과 그래픽·사운드 등을 개선할 예정이다. 

'디아블로2'는 2000년에 출시된 명작 RPG(역할수행게임)다. 현재까지 공개된 ‘디아블로’ 세 개의 시리즈 가운데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이 외산 게임은 출시 당시 글로벌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는데, 출시 1년 만에 패키지 100만장이 판매됐다. 이는 당시 전 세계 판매량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디아블로2 리마스터 버전에 대한 3040 세대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80~90년대 생인 이들은 ‘디아블로2 세대’다. 국내 PC방의 부흥과 맞물려 많은 이들이 밤을 꼬박 새워 ‘디아블로2’를 플레이했다. 실제 리마스터 소식이 전해진 뒤 ‘게임메카’가 포털 검색량, PC방 게임접속, 게임방송 시청자 등을 토대로 집계한 게임 순위에 따르면 ‘디아블로2’는 지난 23일 기준, 전주보다 9계단 뛰어오른 36위에 자리했다.

‘디아블로2’가 돌아온다고?… 3040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블리자드가 공개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 플레이 장면. 디아블로 공식 유튜브

‘디아블로2’ 출시 당시 중학생이었던 조 모(35)씨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게임이 많았는데 디아블로가 나오고 나서는 PC방만 가면 전부 다 디아블로였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윈포(윈드포스·아이템)’를 들고 있으면 초등학생들이 게임방 의자 뒤에 한 여섯 명씩 서서 화면을 구경하고 그랬다”며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전교생이 다하는 게임이 ‘리니지’였는데 디아블로가 나오고 나선 양분화 됐다. HOT와 신화의 느낌”이라고 전했다.

시대를 앞서간 그래픽, 특유의 디테일한 세계관과 몰입감이 인기 비결이었지만, 조 씨는 정보가 부족했던 당시의 상황도 ‘디아블로2’의 재미를 더 해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처럼 ‘스킬트리’, ‘스탯’ 이런 것들이 정형화된 게 없었다. 누가 옆 동네 PC방에 갔는데 ‘레벨 80짜리 아마존 키우는 아저씨가 스킬을 이렇게 찍었더라’하면 따라서 찍고 그런 수준이었다. 지금 하라면 못하지만 당시엔 그렇게도 재밌었다”고 밝혔다.

조 씨는 그러면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예전 ‘디아블로3’가 나왔을 때처럼 오픈런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출시 후 반응을 보고 주말 쯤 접속해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소식에 관심을 보이는 20대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디아블로2’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이들은 ‘디아블로2: 리저렉션’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려 하고 있다.

올해로 29살인 이 모씨는 “어릴 때라 디아블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의자 너머로 본 것들이 있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버전으로도 출시가 된다고 들었다. 설렌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디아블로2’가 돌아온다고?… 3040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 버전과 구버전 비교. 그래픽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유튜브 채널 '방앗간 비둘기' 영상 갈무리

업계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 2017년 1998년작인 ‘스타크래프트’ 및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의 리마스터판을 발표했다. 출시 직후 국내 20~40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고 PC방 순위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국내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가 부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당시에도 올드 유저들의 환호가 컸는데 디아블로의 경우는 더욱 파급력이 클 것 같다”며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RTS장르이기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디아블로는 핵앤슬래쉬 RPG이기에 올드 유저와 신규 유저에게 모두 어필할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지난해 1월 출시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 버전인 ‘리포지드’는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원작보다 뒤떨어지는 연출, 조잡한 그래픽과 수많은 버그 등으로 비판 받았다. 출시 전 약속했던 추가 요소들까지 실종되면서 ‘집단 환불 사태’를 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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