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최종 의견서 공개···LG에너지·SK이노 '갈등' 심화

윤은식 / 기사승인 : 2021-03-05 15: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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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영업비밀 침해 명백히 인정"···'상생 원칙' 협상 열려있어
SK이노 "ITC, 사실관계 제대로 검증 안해"···거부권행사 강력 요청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CI.(사진제공=각 사)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가 5일 공개한 '배터리 분쟁' 소송 최종 의견서를 두고 대립하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명백히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데 반해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가 최종 의견서에서 전체 공정 영업비밀, 원자재부품 명세서(BOM) 영업비밀, 배터리 파우치 실링·전해질 영업비밀, 특정 자동차 플랫폼 가격 영업비밀 등 22개의 영업비밀을 침해 항목을 공개했고, 이는 그간 회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11개 카테고리, 22개 영업비밀과 일치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ITC는 최종 의견서에서 "예비 결정 검토 결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판결을 유지한다"며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ITC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관련 기술과 정보를 독자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ITC는 의견서에서 “증거인멸은 고위층(high level)이 지시하여 조직장(department heads)들에 의해 SK 전사적으로(through SK) 자행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관세법 337조 위반 사실을 확인한 ITC위원회는 일부 조정을 전제(with certain tailored provisions)로 10년의 수입금지 명령 및 영업비밀침해 중지 명령이 합당한 구제책”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ITC는 “SK의 증거인멸에도 불구하고 LG는 남아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SK의 영업비밀침해 사실을 개연성 있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LG의 입증 수준은 미국 법원이 기존 사건에서 요구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ITC는 이번 판결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SK의 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도록 균형 잡힌 구제방안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종 판결에서 ITC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하 포드 4년, 폭스바겐 2년이라는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둔 것에 대한 설명이다. ITC 측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은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사업 대체할 시간적 기회를 제공하도록 판단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 최종 의견서 일부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즉각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주장을 ITC가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1982년부터 준비해 온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그 실체를 제대로 심리조차 받지 못한 미 ITC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LG와 SK는 배터리 개발, 제조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없고, 40여년 독자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공급 계약을 맺은 바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독자적인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한 실체적인 검증이 없이 소송 절차적인 흠결을 근거로 결정했다"며 "그 결정은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는 침해당한 영업비밀을 특정해 달라는 ITC의 요구에 배터리와 관련한 기술 전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100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제시했었고, 이에 대해 ITC조차도 영업비밀로서 제시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ITC는 LG가 마지못해 줄인 22건의 영업비밀을 지정하면서도 그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개별 수입물품이 실제 수입금지 대상에 해당될지에 관하여는 별도 승인을 받도록 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모호한 결정으로 정당한 수입조차 사실상 차단돼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 시장 내 부당한 경쟁 제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지연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 등 심각한 경제적, 환경적 해악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이번 결정은 수입금지 명령 등이 공익(Public Interest)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 ITC는 SK이노베이션 이외의 다른 배터리업체들이 특정 자동차 회사에만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내 업체들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게도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는 모순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절차에서 적극적인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이런 입장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ITC의 2년에 걸친 조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방침은 상생이라며 합의금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은 이날 ITC 최종 의견서 발표 직후 연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이 ITC가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채 판결을 내렸다고 했는데 ITC는 조사 권한과 판단 권한을 모두 지닌 행정기관으로 사실상 조사기관과 법원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고 봐야 한다"며 "SK가 반발하는 것은 미국 정부기관인 ITC가 2년 간 조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면 합의금 지급방식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의 문은 열려있지만 판결 이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한다면 합의금 지급 방식에 대해 유연하게 협상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 실장은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전향적인 자세로 합의에 임하지 않으면 끝까지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이 끝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미국에 수행하고 있는 모든 소송을 성실히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 한 실장은 "판결내용은 미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 권익보호하고자 하는 권익판단이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되어 있다"며 "외국 수반의 어떤 행위가 있지 않겠나. 다만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