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할머니와 친해지는 방법 [원더풀 ‘미나리’②]

인세현 / 기사승인 : 2021-03-06 08: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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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새로운 가족 구성원과 갑작스럽게 한집 생활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김)도 그렇다. 앤과 데이빗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온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그들은 저마다 ‘할머니’라는 호칭에 기대하는 바가 있지만, 한국에서 온 순자(윤여정)는 상상했던 할머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존재를 이해하기 힘들어 서먹해 하던 아이들은 차츰 마음을 열며 할머니와 가까워진다. 끝내 식구가 된다. 어떤 과정을 거친 걸까. ‘미나리’를 통해 낯선 가족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아보자.

영화 ‘미나리’ 스틸컷

◇ 할머니와 이슬물 먹기 : 맛있는 것을 나눠 먹자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상대의 기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호하는 것을 나눠 먹어야 효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순자는 미국에 온 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슬물’을 자주 찾는다. 이름만 들으면 고로쇠수액이 떠오르는 ‘이슬물’은 사실 아이들이 마운틴듀(Mountain Dew)를 장난으로 말한 것이다. 이름이나 음식의 종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슬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로 알아듣고 나눠 마신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니 할머니가 ‘이슬물’을 싫어해도 상관없다. 함께 좋아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 나누면 된다. 그러나 답례로 상대가 내 입에 맞지 않는 것, 예를 들면 보약을 줬다고 무례한 장난을 치는 것은 금물이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 할머니와 화투치기 : 놀이를 함께하자
놀이와 게임을 같이 하는 것은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게임에 정해진 규칙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덕분이다. 할머니와 게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할머니의 룰에 따를 수 있는 게임을 하는 것을 권한다. 요즘 게임은 내가 규칙을 더 잘 알 가능성이 높지만, 화투만큼은 할머니에게 한 수 배울 있을지도 모른다. 화투 규칙은 꽤 복잡하고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규칙뿐 아니라 화투에 임하는 ‘애티튜드’와 실전 회화를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잊지 말자. 할머니가 화투에 관심이 없다고 낙심하지 말자. 할머니의 취미가 무엇인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것부터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 할머니와 산책하기 : 길을 같이 걷자
가족을 집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집에서 맛있는 것을 나눠 먹고 놀이를 함께했다면 이제 밖으로 나가보자. 할머니와 발걸음을 맞춰 걸어 본다면, 이미 알고 있는 길에서 새로운 것들을 볼 수도 있다. 또 예전엔 가 본 적 없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 볼 수도 있다. 그러다가 미나리 씨앗을 심기 좋은 터를 발견한다면, 할머니의 말에 따라 씨앗을 심어보자. ‘원더풀’ 미나리가 쑥쑥 자랄 것이다. 밖에서 뱀을 마주친다고 해도 놀라지 말고 할머니의 말을 듣자. 할머니는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할머니가 홀로 길을 떠나려 한다면, 할머니 앞을 막아서고 할머니의 손을 잡자. 그리고 함께 걷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