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 여성의 날과 견고한 유리천장

기사승인 2021-03-09 06:00:09
- + 인쇄
[기자수첩] 세계 여성의 날과 견고한 유리천장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각 국가들은 이날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업적을 기리고 인권신장 목소리를 낸다.

한국도 2018년부터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에서 행사가 열렸다. 주제는 대개 직장 내 성차별 해소다. 

한국은 직장 내 성 차별을 비유한 ‘유리천장’이 견고하다. 영국 시사주간지가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지난해를 포함해 8년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항목별로 보면 여성 임금이 남성 대비 34.6% 낮았고 관리자 비율도 여성은 12.5%에 불과하다. 여성 기업이사 비율도 2.3%로 꼴찌다. 

유리천장은 금융권에서 두드러진다. ‘2019년 임원현황’에 따르면 국내 116개 금융사 임원 1630명 중 남성은 1544명, 여성은 86명으로 남성이 압도적이다.  

카드·보험 등 2금융권의 경우 여성종사자 983명(2월 기준) 중에 여성 임원은 58명(5.9%)이다. 

이를 두고 보수적인 업무와 조직문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금융 여성위원회가 20여개 사업장 간부를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에서 ▲성별분업 강화 ▲성별에 따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활용 격차 ▲성차별적 조직 문화 등이 유리천장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래서인지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이겨낸 여성 고위직은 더욱 주목받는다. 2013년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에 오른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그랬다. 민간에서는 지난해 선임된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있다.

사실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다. 지난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해선 안 되는 ‘여성 임원 할당제’가 도입됐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공공기관 임원·관리자 여성 비율을 최소 20%까지 늘리도록 주문했다. 

다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금융공기업은 통제가 가능하더라도 자본이 기준치 미달인 사기업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아시아 유일의 전자담배 전용스틱 생산 공장이 경남 양산에 있다고 한다. 공장장이 놀랍게도 여성이다. 비록 외국계 기업이긴 하나 산업현장 내 ‘금녀’의 벽을 허문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금도 거리에 나와 여성 주권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을 넘어 산업 곳곳에 남아있는 유리천장을 깨뜨린 사례가 자주 생기길 바란다.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