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증시 하락의 주범? 연기금이 주식 파는 이유

지영의 / 기사승인 : 2021-03-09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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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줄임말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사진= 연합뉴스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개인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을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 연합회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주식 매도를 못 하게 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연기금의 거센 매도세에 주가손실을 입은 개미들이 피눈물을 흘린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지난 1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던 증시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주춤하는 양상입니다. 이에 개미들이 국내 기관인 연기금까지 모처럼 호황이던 증시에 매도 찬물을 끼얹어서야 되겠느냐 불만을 갖기 시작한 겁니다.

연기금이 유례없는 긴 매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8일까지 4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존 최장 매도 기록인 28거래일은 이미 넘어섰습니다. 역대 최대 매도 기록을 연일 깨고 있는 상황이죠.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연기금의 국내주식 순매도 규모는 약 14조원에 달합니다.

기록적인 폭락장세가 연출됐던 지난해 3~4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국내증시가 한동안 연기금의 매수세에 힘입어 버틴 측면도 있었죠. 그때의 구원투수가, 이제는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대거 국내주식 매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는 연기금이 수립해뒀던 자산배분 원칙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합니다. 기금운용위원회를 두고 다양한 자산에 대해 적정 목표 비중을 정하고 투자에 나섭니다. 지난 2018년 기금운용위원회는 5개년 자산 배분 계획을 정하면서 국내 주식 비율을 2021년 말까지 16.8%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증시가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 역시 그게 올랐고, 보유 비중 목표치를 훌쩍 넘어서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금융자산 중 국내주식 비율은 21.2%였습니다. 그러니 적정 목표치로 맞추기 위한 매도에 들어간 겁니다. 기금을 지키는 것이 최선인 연기금은 국내증시가 너무 빠르게 올라 과열 논란이 이는 현 지점이 적정한 매도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주식 목표치를 상향조정해 매도를 멈추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연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절은 국민연금은 고갈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연기금이 오는 2041년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고갈되기 시작할 전망입니다. 이때부터는 가진 자산을 팔면서 국민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이 언제까지나 국내주식을 사기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죠. 서서히 줄여가지 않고 추후 급격히 매도하게 되면 오히려 시장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민연금에게 '마냥 애국적인 투자'를 하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내가 돈 벌어야 하니까 연기금에게 주식 팔지 말라는 식의 주장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건 결국 지금 내가 받을 충격을 다른 이들에게 미뤄달라는 것 밖에 안 된다. 당장 눈앞의 수익률을 위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기금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습니다.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