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출마는 ‘검찰당’으로?… 정치행보에 진정성 훼손

“정치하겠다고 직 버렸다”… 윤석열, 사퇴 후 뜬금없이 ‘LH 투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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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3-09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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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출마는 ‘검찰당’으로?… 정치행보에 진정성 훼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결국 정치판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최대 현안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발언은 절제한 채 정권을 겨눈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정치권 직행이 검찰로서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4일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며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 열어뒀다.

이후 윤 총장은 검찰 내부 온라인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사퇴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혔다. 윤 총장은 같은 날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어 더 혼란스럽고 업무 의욕도 많이 떨어졌으리라 생각된다”며 “저는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수청’ 설치 문제를 지적하며 검찰 밖에서 여권의 입법 저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중수청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핵심으로 한다. 6개 중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를 중수청이 전담하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윤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 완판’”이라고 반발해왔다.

그러나 사퇴 이후 윤 총장의 첫 발언은 ‘중수청’이 아니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최대의 약점이자 최근 부동산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LH 투기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윤 총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과거에는 이런 사안에서 즉각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나”라고 검찰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표가 수리된 지 사흘 만이다.

이를 두고 “정치인 윤석열의 등장”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흘러나온다. 정치권에 곧바로 발을 담그면서 사퇴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고 검찰의 ‘중립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 ‘여론몰이’를 한다는 것이 윤 총장의 구시대적 사고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며 “윤 총장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정치화됐다. 결국,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검찰총장직을 던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수청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검찰개혁’과 관련해 윤 총장과 같은 기조를 유지해온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사의는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검사를 배신한 것”이라며 “사퇴를 하려면 일단 전국 검찰 의견을 모으고, 전국 검사장 회의를 마친 뒤 검찰총장으로서 분명하게 중수청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여권은 윤 총장의 사퇴를 ‘나쁜 선례’로 규정,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여권이 중수청 설치를 놓고 ‘검찰의 의견을 듣겠다’며 한발 물러선 만큼 윤 총장의 ‘사퇴’가 정치 개시를 위한 기획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윤 총장의 사퇴 다음날(5일) 최고위 발언에서 “법치는 명분에 불과했고 일부 정치검사의 기득권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검찰조직을 이용했다”며 “검찰 역사에서 권력욕에 취해 검찰총장 직위를 이용한 ‘최악의 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석열, 출마는 ‘검찰당’으로?… 정치행보에 진정성 훼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트위터 글 캡쳐. 사진=조 전 장관 트위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가세했다. 조 전 장관은 6일 트위터에 “검찰당 출신 세 명의 대권후보가 생겼다. 1. 홍준표 2. 황교안 3. 윤석열”이라고 적었다. 윤 총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조 전 장관은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총장이 2019년 하반기 문재인 정부를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라 ‘곧 죽을 권력’으로 판단했고 방향전환을 결정했다”며 윤 총장이 ‘정치검사’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검사 출신 야권 대선 주자는 윤 총장에게 힘을 싣고 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전 대표는 윤 총장의 사퇴 직후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해 21대 총선 직후 물러난 뒤 약 11개월 만이다. 황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공유하며 “보잘것없는 힘이지만 무엇인가 해야 한다. 방치해선 안된다”고 적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폭정을 막는데 다 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윤 총장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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