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김치가 중국산이라고?” 시민들 ‘또’ 불안에 떨었다

기사승인 2021-03-22 0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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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먹은 김치가 중국산이라고?” 시민들 ‘또’ 불안에 떨었다
‘중국에서 배추를 절이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25)씨는 최근 손님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중국산 김치나 재료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부모님이 담그신 김장 김치를 내놓고, 국산 재료만 쓴다고 답한다. 우려하는 눈초리를 거두긴 역부족이다. A씨는 “여러 번 해명해도 김치는 먹지 않더라”며 “깨끗한 배추로 만든 국산 김치지만 버릴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산 먹거리를 불신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중국산 식품의 위생 논란이 수차례 불거진 탓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시름이 깊어졌다. 18일 한 온라인 자영업자 카페에는 “김치 국산으로 바꾸셨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손님이 김치 원산지를 물어봐서 중국산을 쓴다고 답했더니 면박을 들었다”며 “국산 김치는 10kg당 45000원이라 부담된다. 김치 제공을 그만할 지 고민이다”고 했다. 이 외에도 “직접 김장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산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대다수 영세식당은 채소와 고춧가루, 향신료 등을 중국산에 의존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30만6050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 음식점의 80% 가량이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치는 직접 담그지만, 중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식당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중국산 김치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했다. ‘중국에서 배추를 절이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유되면서다. 해당 영상에는 야외 구덩이에 절임 배추가 한가득 담겨 있다. 이 안에서 한 남성은 알몸으로 일했다. 녹슨 포크레인으로 배추를 운반했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문의한 결과 수출용 김치가 아니다”고 밝혔다. 영상 속 배추는 중국 동북지방 절임 음식 ‘쏸차이’(발효시킨 채소)라고 해명했다.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중국 SNS 웨이보에 해당 영상을 처음 게재한 중국인은 “내가 영상 속 굴삭기 기사다. 여러분이 먹는 배추도 내가 절인 것”이라며 “이렇게 절인 배추는 한국 등 각국에도 수출된다”고 주장했다. 

 “내가 먹은 김치가 중국산이라고?” 시민들 ‘또’ 불안에 떨었다
마른 고추 더미에서 쥐 떼가 수십 마리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중국산 식품 위생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마른 고추 더미에서 쥐 떼가 수십 마리 나오는 영상이 공분을 샀다. 지난 2010년에는 중국산 배추에서 각종 기생충알 및 이물질이 나와 상당부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식품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2017년 두잇서베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식·제품/서비스에 대해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냐'는 문항에 58.6%가 ‘그런 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중국에서 발생한 식품안전사고로 인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중국 내 식품안전사고는 빈번했다. 지난 2005년 ‘쓰레기 분유’ 사건, 2007년 ‘인조계란’ 사건, 2008년 ‘멜라민 분유’ 사건, 2012년 ‘공업용 젤라틴 약용 캡슐사건’ 등이다. 

중국산 식품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2)는 “식당 가면 김치는 손도 대지 않는다. 원산지 표시가 국산이라도 믿을 수 없다”며 “혹여 아이가 먹을까 겁난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산 식품 자체를 기피하는 이들도 늘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모씨(24)는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대부분 중국산 식품을 피한다. 김치는 물론이고 마라탕까지 끊은 친구도 있다”며 “중국이 스스로 식품안전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oeun231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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