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팀장한테 팀장 욕 보냈어, 나 어떡해?”

인세현 / 기사승인 : 2021-03-28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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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이생망’을 외칠 수 밖에 없는 상황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망했다. 진짜 망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고, 등에선 땀이 흘렀다. 친구에게 보내려던, 팀장 흉을 팀 단톡에 올려버렸다. 5초 만에 보낸 메시지가 5년 회사 생활 최악의 실수가 될 줄 몰랐다. 멍하게 있는 사이 팀 단톡에선 ‘읽음’을 알리는 숫자가 빠르게 내려갔다. 정신을 부여잡고 대화창에 ‘죄송…’이라고 적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외근 나간 팀장님. 나 그냥 퇴사할까. 그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이럴 땐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퇴사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업무 메신저 실수 경험담을 모집했다. 비슷한 경험담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고백이 줄을 섰다. 잠시 한눈 판 사이 대화창에 폭풍을 불러 온 직장인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모두 일을 하며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같은 온라인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했다. 업무용 메신저를 따로 두는 회사도 있었다. 자주 쓰는 만큼 실수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 업무 ‘카톡’ 실수 어디까지 해봤니?

사례1. 신입사원 A씨는 회사 단체 대화창에 오가는 여러 의견을 지켜보다가 커서를 옮기기 위해 마우스를 잡았다. 갑자기 ‘그룹콜’ 통화음이 울려 퍼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A씨는 아직도 그날 자신의 손가락이 왜 메신저의 수화기 버튼을 눌렀는지 모른다. 당황한 A씨는 빠르게 그룹콜을 취소하고 팀원들에게 사과했다. 마우스를 잡았던 손에 식은땀이 났다. 통화음이 울린 건 5초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후유증은 길었다. 며칠간 ‘딴따단따딴~’ 그룹콜 멜로디가 이명처럼 들렸다.

사례2. 교사인 B씨는 소풍날 오후 광장 앞으로 모이라는 공지에 반 학생들을 인솔해 제시간에 도착했다. 그곳엔 B씨와 그의 반 학생들밖에 없었다. B씨는 다른 반 학생들과 교사들을 기다리며 친구들이 모인 단체 대화창에 ‘뭐야 나만 도착했어ㅡㅡ’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시 확인했더니 같은 학년 담임교사 단체창이었다. 타지도 않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사례3. 연이은 상사의 질문에 지친 C씨는 친구가 모인 단체 대화창에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그만 좀 묻지’ ‘왜 나한테만 물어봐’ ‘자기가 찾아볼 생각은 안 하고’ 메시지 옆에 각각 숫자 5가 떴다. 이상했다. 여긴 분명 친구 세 명이 모인 창인데…. 대화창을 확인하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는 1초가 100년 같았다. 홍보팀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상사도 있는 창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지우려는데, 숫자가 모두 사라졌다. ‘죄송합니다’ ‘잘못 보냈습니다’ 사과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업무 메신저 실수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쿠키뉴스 사내 설문조사

◇ 업무 메신저 실수 수습 가이드 : 실전편

각양각색의 실수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쿠키뉴스 구성원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역시 실수 경험자가 적지 않았다. 설문에 응답한 55명 중 32명이 ‘회사 업무 관련 온라인 메신저에서 실수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대화창을 착각했고, 실수 후 메신저에서 사과했다. 가장 중요한 ‘실수 후 수습 방안’은 주관식으로 물었다. 여러 의견을 참고해 곧바로 ‘업무 메신저 실수 수습 가이드’를 만들어 봤다. 이론편은 건너 뛰고 곧바로 실전편이다. 이걸 찾아 보는 모두의 마음이 급할 걸 알기 때문이다.

단계1. 삭제한다 : 반드시 ‘모든 대화 상대에게서 삭제’ 

업무 메신저에서 실수를 했다. 내가 먼저 발견했다면 침착하게 실수 메시지부터 삭제하자. ‘망했다’ 생각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다른 사람이 일러줘서 알았어도, 일단 사태를 파악했다면 흔적을 지우자.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는 ‘메시지 삭제’나 ‘보내기 취소' 등의 기능이 있다. 삭제할 메시지를 선택하고 꾹 누르거나(모바일), 마우스 우클릭 버튼을 누르면(PC) 삭제 관련 메뉴가 뜬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든 대화 상대에게서 삭제’ ‘모두에게서 삭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에게서만 삭제’를 고르면 메시지가 내 창에서만 삭제되고 다른 사람 대화창에는 그대로 남는다. 라인 메신저는 ‘보내기 취소’ 기능과 ‘삭제’ 기능이 따로 있다. ‘보내기 취소’를 해야 한다. 메시지를 삭제하면 카카오톡은 ‘삭제된 메지시입니다’라는 알림이 대화창에 남는다. 라인과 텔레그램은 삭제 안내 메시지가 대화창에 남지 않는다. 

※주의※ 메시지 다 지울 수 있을까? 골든타임 5분을 기억하자.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보낸 지 5분이 지났다면 ‘모든 대화 상대에게서 삭제’는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 창에서 내 메시지를 지울 수 없다.

단계2. 사과한다 : 죄송합니다. 창을 착각해 잘못 보냈습니다. 

메시지를 지웠다. 실수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확인 전에 삭제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단체 대화창에서 일어난 실수는 누군가 봤을 가능성이 크고, 실수를 보지 않았어야 하는 사람이 이미 메시지를 봤을 수도 있다. 상대의 기억까지 지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그런 능력은 없다. 그러니 일단 사과 메시지부터 정중하게 쓰자. “죄송합니다” “대화창을 착각해 잘못 올렸습니다.” 분위기에 따라 실수 정황 등을 간단하게 해명해도 좋지만, 굳이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험담 같은 심각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업무 메신저 실수라면 메신저에서 간단히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을 권한다. 

※주의※ 실수를 지우고 메신저에서 사과한 후, 당사자를 대면해 직접 해명하거나 사과해야 할까? 사례1이나 사례2처럼 무겁지 않은 실수는 메신저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사례3처럼 험담을 한 당사자가 명백하거나, 누가봐도 누군가의 기분이 상할 만한 실수는 대면하거나 전화 통화 등으로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실수가 빨리 잊혀지도록 되도록 말을 꺼내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회사의 성향과 분위기, 상대의 성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단계3. 명상한다

사과가 끝났다면 마음을 다스리자. 당분간 실수가 잠들기 전 자꾸 떠올라 괴로울 수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할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하고 잊는 것이 좋다. 추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래의 예방편을 확인하고 실행해보자.

지금 바로 이 이미지를 저장해 단체 대화창 배경화면을 바꾸는 어떨까

◇ 업무 메신저 실수 수습 가이드 : 예방편

상사에게 상사 험담을 보냈던 C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두 사람의 관계는 몹시 어색해졌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한 명은 ‘업무 관련 내용을 다른 카톡방에 보낸 실수라면 사과 문자를 보내면 되지만, 만약 욕이라면… 수습은 안 될 것 같다’는 솔직한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회사나 구성원의 험담을 공유하는 실수는 자칫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최고의 수습은 예방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잘 치워야 하지만, 물을 엎지르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메신저에 말을 엎지르기 전 숨을 고르자. 업무시간에 회사나 구성원의 험담을 메신저로 보내고 싶을 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 분노를 반드시 문자로 남겨야 할까. 현자나 선인이 되기 위함은 아니다. 고민하는 5초 동안 감정이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실수는 줄일 수 있다.

메시지 오전송 예방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카카오톡을 이용한다면 당장 주의가 필요한 ‘단톡’에 입력 잠금을 걸자. 이 기능을 이용하면 대화창 입력란에 ‘대화에 주의가 필요한 방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오른쪽 아래 자물쇠 버튼을 눌러야 메시지 입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화창을 헷갈리거나, 내용을 잘못 보내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한 명은 ‘채팅창 잠금 기능 (사용) 이후부터는 실수가 잦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체 대화창 이름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정하고, 대화창 배경화면 이미지까지 바꾼다면 시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메신저마다 조금씩 다른 메시지 삭제 방법을 미리 익혀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C씨는 실수 후 두 가지 습관을 만들었다. 업무 메시지를 보낼 땐 반드시 대화창 이름과 내용을 확인하고, 상급자와 대화를 나눈 후엔 바로 창을 끈다. 메신저로 대화를 많이 나눈다면, 개인 대화를 나누는 메신저와 업무 메신저를 분리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사내 전용 메신저를 사용한다면 그곳에서 만큼은 잡담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inout@kukinews.com /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