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진짜 봄의 시작

기사승인 2021-04-02 14: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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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진짜 봄의 시작
시범경기가 한창인 잠실야구경기장.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따듯한 봄날씨와 함께 프로야구가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가 오는 3일 오후 2시 전국 5개 야구장에서 동시 개막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 속에서 144경기 전경기를 소화한 프로야구는 올 시즌에도 안전하고 탄탄한 레이스를 준비했다. 지난해 무관중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거리두기 2단계인 수도권 팀은 관중석 규모의 10%, 1.5단계인 비수도권 팀은 30%까지 관중이 입장할 수 있다.

개막을 앞두고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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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후 집행검 세레머니를 펼치는 NC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 올해도 NC 천하? LG를 주목해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팀이 없어 혼전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중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가 2연패 달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되면서 전력 누수가 거의 없다. 루친스키, 알테어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한국시리즈 MVP 양의지도 건재하다.

다소 불안했던 마이크 라이트(시카고 화이트삭스) 대신 웨스 파슨스를 데려와 새 원투 펀치를 완성했다.

불펜진 역시 막강하다. 원종현, 임창민, 김진성, 문경찬, 임정호, 박진우 등 쉬어갈 틈이 없다. 선발진이 무너지더라도 불펜진이 대신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국내 선발진은 의문 부호가 붙는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결장하는 상황이다. 신예 송명기가 있지만 뒤를 이을 국내선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재기를 노리는 이재학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NC를 위협하는 팀은 LG 트윈스다. 류지현 감독 체제로 새 출발에 임하는 LG는 NC의 아성을 무너뜨릴 강력한 후보로 분류된다. 27년 만에 무관의 한을 풀어낼 적기다.

윌슨이 떠나고 박용택이 은퇴했으나 전력은 업그레이드가 됐다. 강속구를 던지는 수아레즈와 계약했고, 트레이드로 함덕주와 채지선을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했다.

팀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수립한 로베르토 라모스와 예비 FA로 동기부여가 확실한 김현수, 한 방을 갖춘 유격수 오지환 등 야수진 구성 또한 짜임새가 있다.

다만 어깨 부상으로 빠진 차우찬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난해 10승을 거둔 임찬규도 부상으로 당장의 선발진 진입이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무난하게 선발진 합류가 예상됐던 우완 영건 이민호까지 허리 통증을 호소해 관리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국내 투수진에 ‘빨간불’이 켜진 LG가 정상 로테이션을 돌리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두산 베어스는 전력이 많이 악화된 상황이다. 강력한 원투펀치였던 알칸타라, 플렉센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대체자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는 아직까지 올라오지 못한 모습이다. 오재일과 최주환의 이탈도 타격이 크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KT 위즈는 올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검증된 외국인 투수 듀오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가 건재하고 3선발인 신인왕 소형준도 위협적이다. 예비역 투수 고영표가 로테이션에 가담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선발진이 완성됐다.

타격 4관왕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를 대신할 조일로 알몬테는 시범경기 타율 0.360 25타수 9안타 5타점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시범경기 타율 0.625 16타수 10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른 강백호와 시범경기 타율 0.476의 톱타자 조용호도 든든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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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식 창단한 SSG 랜더스. 사진=연합뉴스
◇ 추신수 업은 SSG의 등장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팀은 SSG다.

지난 1월26일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야구판에 뛰어든 SSG 랜더스는 내외 가리지 않고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흑역사를 뒤를 하고 플레이오프를 넘어 우승권 경쟁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에 인수되기 전부터 SK는 내야수 최주환를 FA로 영입했고,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마무리투수 김상수도 품었다. 이후 신세계 체제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추신수를 특별 지명으로 품으면서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추신수는 지난달 20일부터 시범경기에 나서며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7차례 시범경기에서 타율 0.278(18타수 5안타) 4타점 4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최정, 로맥, 한유섬에 추신수, 최주환이 가세한 타선의 파괴력은 10개 팀 중 최고로 꼽힌다.

다만 SSG는 시범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물갈이를 한 외국인투수 2명도 아직은 의문부호다. 시범 경기에서 아직까지 적응을 하지 못한 모습이다.

SSG의 개막전은 '유통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다.

'절친' 추신수와 이대호가 개막전부터 '방망이 대결'을 벌이게 된 것도 이목을 끄는 점이다.

부산고 출신 추신수와 경남고 출신 이대호는 고교 시절 부산을 대표하는 유망주였다. 절친한 관계인 두 선수는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 우승을 합작했다.

고교 졸업 후 추신수가 미국으로 떠나고, 이대호가 롯데에 입단하면서 행보는 엇갈렸다. 이대호가 일본을 거쳐 2016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에 합류한 뒤 텍사스 레인저스전에 선발 출격해 둘은 잠시나마 같은 무대에서 뛰기도 했다. 고교 시절 절친으로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둘은 이제 KBO리그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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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선발 자원 이의리. 사진=연합뉴스
◇ 신인들, 어느 별에서 왔니

올 시즌 신인왕 경쟁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울 전망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이름은 장전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인 장재영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제안을 뿌리치고 KBO리그를 선택한 장재영은 계약금 9억원에 키움과 계약을 맺었다. 이는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계약금이다.

올해 키움의 불펜에서 활약할 장재영은 시범경기에서 150km 중반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아직은 제구력이 완벽하지 않지만 이를 잘 보완한다면 키움 불펜의 든든한 힘이 될 전망이다.

강릉고를 졸업한 롯데의 좌완 김진욱도 이목을 끈다. 김진욱은 이미 고교 2학년이었던 2019년 소형준(KT), 이민호(LG)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아마추어 최고 투수에게 주는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해 이름을 알렸다. 또한 지난해에는 대통령배 전국대회서 강릉고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상을 받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서 김진욱은 두차례 등판 5.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롯데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난 KIA 타이거즈에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좌완 이의리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의리는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 최고 시속 148km를 뿌리고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던지며 7이닝 무실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에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이의리를 개막 시리즈 선발로 예고하는 등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외에도 타자들 중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롯데 입단을 결정한 나승엽도 돋보인다.

나승엽은 6차례 시범경기에 출전, 타율 0.308(13타수 4안타) 2타점 3볼넷 3득점을 기록했다. 고교시절 내야수였던 나승엽은 중견수 테스트도 받아 올 시즌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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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서 공을 던지는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사진=연합뉴스
◇ 올해를 빛낼 기록들은?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기록 잔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승환은 리그 최초 300세이브에 도전한다.

지난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은 현재 295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KBO 리그에서 300세이브를 달성한 선수는 없다. 250세이브 이상도 오승환 외에는 현재는 은퇴한 손승락(271세이브)과 임창용(258세이브) 뿐이다.

이미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 중인 오승환은 세이브를 추가할 때마다 리그 역사를 새롭게 쓴다.

SSG의 최정은 홈런 32개를 추가하면 KBO 리그 2번째로 400홈런 고지에 도달한다. 지금까지 400홈런을 달성한 선수는 ‘라이온킹’ 이승엽(467개)이 유일하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홈런 타자인 최정은 데뷔 2년차였던 2006시즌부터 15년 연속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꾸준하게 기록하면서 대기록에 한 걸음 다가섰다. 만약 최정이 이번 시즌에도 1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다면 KBO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6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이라는 신기록도 세우게 된다.

유희관은 통산 2번째이자 좌완 투수 최초로 9년 연속 10승에 도전한다. 9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0시즌 연속 10승 기록을 세운 이강철 현 KT 감독뿐이다(1989~1998). 유희관이 이번 시즌도 10승 이상을 수확한다면 KBO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좌완 투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이밖에 KIA 최형우는 65타점 기록 시 KBO 리그 통산 1400타점으로 이 부문 단독 2위에 올라선다. 키움의 박병호는 역대 2번째로 8년 연속 20홈런에 도전한다. 역대 KBO 리그에서 8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선수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