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유지'에 전문가들 '실망스럽다'..."최악 땐 하루 2000명까지 치솟아"

"수도권만이라도 격상 필요...거리두기 기준 실효성 의문"

기사승인 2021-04-09 11: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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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유지'에 전문가들 '실망스럽다'...
만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2021.04.01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됐지만 정부는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주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기존 거리두기 단계와 5인 이상 모임 금지는 유지하되, 방역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3주간 강도 높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수도권 2.5단계, 수도권 이외 지역 1.5단계를 3주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유행상황에 따라 지자체 판단으로 단계 격상, 방역 강화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방역 전문가들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우려했다. 급격한 확산세에 따라 당장 격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간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532명→521명→514명→449명→460명→653명→674명 등이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 핵심 지표인 1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 수는 543.3명이다. 이미 거리두기 2.5단계 범위(400~500명)를 초과한 셈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이 (4차 유행을 막을) 골든타임으로 빠른 단계 상향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다수 방역 전문가들은 단계 상향을 찬성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상향이 결정되지 않은 것은 정치적,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본다.단계를 올리는 것이 단기적 피해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더 클 것"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 유지의 결과로 추후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다음 주부터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하루 평균 2000명 정도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며 "국민들의 방역수칙 준수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확산세를 막으려면) 포괄적인 단계조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도 "이미 국내 발생 확진자 500명이 넘었을 때 단계를 상향했어야 한다. 지금 상향해도 늦은 상황에서 기존 단계를 유지한다면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현행 단계에서 긴장을 늦추면 3주 안에 1000명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지난 3차 유행은 하루 확진자 100~150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왔고, 피크가 하루 1200명 수준었다. 이번 4차 유행은 하루 400~500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일일 확진자 1200명을 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수도권만이라도 한 단계 올려야 한다. 이미 기준은 넘어섰다"며 "지난 1년간 해온 것을 보면 거리두기 기준 숫자에 도달하더라도 단계를 조정하지 않는 모습이 꾸준히 보인다. 사실상 단계 상향 기준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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