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매드라이프', '마타', '그리고 '베릴'

기사승인 2021-04-11 00: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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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결승] '매드라이프', '마타', '그리고 '베릴'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어나더더더 레벨' 담원 기아가 대다수 전문가와 팬들의 예상대로 2021 LoL 챔피언스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 우승컵을 차지했다.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담원 기아는 3대 0으로 젠지 e스포츠를 꺾었다.

통상적으로 다전제는 1세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1세트를 승리한 팀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도 압도적으로 높은 편. 이렇게 중요한 결승전 1세트 '베릴' 조건희는 '하이머딩거'라는 조커픽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경기내내 하이머딩거는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LCK 결승] '매드라이프', '마타', '그리고 '베릴'
사진=결승전 '베릴' 조건희의 '하이머딩거' 지표. gol.gg 홈페이지 화면 캡처

담원 기아가 우승컵을 차지한 후 팬들과 LCK 전문가들은 "역시 조건희"라는 찬사를 보냈다. 조건희는 자신만의 색채로 '매드라이프', '마타', '울프', '코어장전' 등의 계보를 잇는 '한체폿(한국 최고의 서포터)'으로 거듭났다. 

LCK가 시작된 2012년 한국에는 신으로 불리는 선수가 있었다. '블리츠크랭크'로 신들린 그랩을 보여주며 '매라신'으로 불리던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서포터의 인식을 바꾼 슈퍼스타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홍민기 데뷔 이전까지 서포터는 천대받는 역할군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아이템인 '현자의 돌'·'황금의 심장'·'케이지의 행운' 등 이른바 '3돈템'을 구매한 뒤 모든 골드를 와드에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홍민기는 서포터로도 캐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블리츠크랭크가 '로켓손(Q)'을 사용할 때마다 상대방 미드·원거리 딜러가 끌려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해설진도 "땡겨"를 외치며 열광했고, 팬들은 '매멘(매드라이프+아멘)'이라 말하며 '매라교'에 대한 신앙심을 고백했다.

홍민기의 슈퍼플레이는 일반유저에게도 많은 영감을 전했다. 이전까지 서포터를 선호하지 않던 유저들도 "매드라이프처럼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은 주포지션이 바뀌었지만, 기자 역시 당시 홍민기의 플레이를 보고 블리츠크랭크를 모스트원 챔피언으로 사용했다.
[LCK 결승] '매드라이프', '마타', '그리고 '베릴'
사진='마타' 조세형.

홍민기 이후 등장한 서포터 슈퍼스타는 '마타' 조세형이다. 현재까지도 조세형은 '역체폿(역대 최고의 서포터)'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다. 홍민기가 뛰어난 피지컬에 기반한 슈퍼플레이를 선보였다면, 조세형은 협곡 전반을 보는 넓은 시야와 뛰어난 '뇌지컬('피지컬'에 심리전·운영 등 판단력에 관여하는 '뇌'를 합친 신조어)'을 바탕으로 사령관 역할을 수행했다. 서포터이면서도 정글러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LCK의 시그니처가 된 삼성 화이트식 탈수기 운영의 핵심 역시 조세형이었다.

오프 더 레코드 등에서도 조세형의 사기적 능력이 보여졌다. 바텀라인전을 하고 있음에도 조세형은 "상대 정글러가 우리쪽 캠프로 들어갔으니, 사려야 한다"는 등 세세한 오더를 담당했다. 2017~2018년 KT롤스터에서 그와 호흡을 맞췄던 '데프트' 김혁규(現 한화생명)은 "저도 바텀 라인에서 같이 할 때 세형이 형이 두 발자국 앞으로 움직이라 해서 그냥 말을 따랐더니 정말 킬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홍민기와 조세형은 서포터의 역할을 재정립한 선수라고 평가받는다. 두 선수의 활약 이후 서포터가 해야할 일은 늘었고, 선수들의 기량도 발전했다.

팬들에게 홍민기, 조세형 이후 서포터 역할에 새 지평을 열 선수를 묻는다면 십중팔구 조건희의 이름을 말할 것으로 보인다. 조건희는 분명 앞선 다른 선수와 다른 스타일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FINALS] DAMWON Gaming vs JD Gaming | H/L 07.07 | 2019 리프트 라이벌즈

담원 기아가 LCK에 처음 발을 들인 2019년까지만 해도 조건희는 이니시에이팅에 강점이 있는 서포터였다. 2019년 리프트 라이벌즈 LPL(중국) 징동 게이밍과의 승부에서 조건희는 '알리스타'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당시 김동준 해설위원은 "꿈에 나올까봐 무서운 알리스타"라며 극찬을 남겼다.

이니시에이터 역할을 수행하던 조건희의 스타일이 변한 것은 지난해 LCK 서머 스플릿이었다.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은 '세나'를 특출나게 잘 다뤘고, 이를 바탕으로 조건희는 다양한 챔피언을 고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는 '판테온'으로 92.9%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넓은 챔피언 폭을 자랑하는 조건희의 존재는 담원 기아에게 매우 큰 무기다. 앞서 지난 6일 진행된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담원 기아 김정균 감독은 "조건희 선수는 모든 챔피언을 잘 다룬다"며 "밴픽을 짜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픽을 생각할 수 있다"고 칭찬을 남기기도 했다. 김 감독은 결승 이후 공식 인터뷰에서 조건희를 MVP로 뽑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포터는 사실상 다른 라인보다 역할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홍민기, 조세형은 자신만의 플레이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다. "탑 라이너 같은 서포터." 해설진과 팬들은 조건희를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조건희가 홍민기, 조세형의 뒤를 이어 서포터 전설 계보를 이어갈지 기대된다.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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