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했다....IT기업, ESG경영 '열공 중'

최근 ESG경영 맞춰 국제표준 준수 노력
네이버·카카오 지속가능보고서 매년 작성
통신사도 지배구조 투명성 높이며 ESG 확충

기사승인 2021-04-13 0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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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했다....IT기업, ESG경영 '열공 중'
ESG 경영 이미지. /제공=딜로이트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최근 ESG경영이 재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업의 금과옥조인 재무상태도 중요하지만 비재무적 가치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IT업계도 점차 이와 같은 ESG경영에 대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기업들이 ESG경영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놓는가 하면, ESG채권 발행 등 다양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SG 분야 국제표준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ESG경영이란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이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lity)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인식됐던 비재무적 요소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투자의 최우선 순위를 ESG로 발표하고 이를 평가리스트에 반영하며 화제가 됐다.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생산에서 발생하는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ESG요소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며 ESG 논의는 불이 붙었다. 

특히 이사회 구성·감사위 구성에서부터 기업 전반의 공정성과 반부패성을 강조하는 지배구조는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고객만족과 지역참여, 근로자와의 동반성장 등을 의미하는 사회참여 및 책임감, 탄소절감 등 인도적·도덕적인 의미의 환경도 외면할 수 없는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신설·AI윤리 강화 


제조시설이 없는 플랫폼기업인 네이버·카카오는 누구보다 ESG경영에 빠르게 앞장서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카카오도 올해 1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양사는 주요 ESG 이슈와 관리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ESG경영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는 특히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카본 네거티브' 목표도 추진한다. 코로나19 시기 도입한 '동네시장 장보기' 입점 가게들을 대상으로 8만여 장의 생분해성 친확경 봉투를 지원했다.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기업 중 ESG채권 첫 발행 주체가 되어 화제가 됐다. ESG채권은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친환경 사업 분야에 활용되는 녹색 채권이나 사회문제 해결에 사용되는 사회적 채권, 이 두 가지 목적을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 채권 등이다.

네이버는 이번에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5년만기 ESG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프로젝트와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ESG 경영 강화에 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종 제2 데이터센터와 분당2사옥에 대한 에너지 절감, 재생에니저 시용 등 친환경 기술과 친환경 택배박스 제작 등도 추진한다. 

카카오도 카카오프로젝트100, 카카오같이가치 등의 플랫폼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김범수 의장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실제 더기빙플레지 서약을 통해 공식화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했다. 

카카오는 업계 최초로 환경경영시스템 국제표준 ISO 14001 인증도 취득했다. ISO 14001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인증 중 하나로 기업이 환경경영을 기업경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지 평가해 인증하는 국제규격이다. 

카카오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내부에 환경TF팀을 구성해 다양한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ISO 14001인증을 시작으로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국제 표준을 획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친환경 비즈니스를 통한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이다.

특히 양사는 최근 대두된 AI윤리에 적극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카카오가 먼저 지난 2018년 1월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수립했다. 네이버도 서울대학교 AI정책 이니셔티브(SAPI)와 함께 네이버AI 윤리준칙을 발표했다. 양사는 AI윤리에 'AI개발 과정에서 인간 중심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카카오는 지난1월 증오발언 근절을 위한 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통신사, 지배구조 투명성 가장 강조.탄소절감·사회적 가치 확산도 


통신사들도 ESG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 최태원 회장 주도하에 대표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종합등급 평가 최고 등급(A+)에 랭크됐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올해 SK텔레콤의 변화 방향으로 'AI컴퍼니로의 트랜스포메이션'과 '글로벌 수준 거버넌스 확립'을 제시했다. 특히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의 기업시민위원회에서 확대 개편된 이 위원회는 ESG 분야에 대한 강화를 의미한다. 또 비즈니스 파트너사들과 함께 ESG 경영 방침과 성장비전을 공유하는 소통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비율이 현행 20%에서 30%로 높아지는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SK하이닉스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SK그룹은 SK㈜가 SK텔레콤을 통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다. 현재 SK텔레콤이 가진 SK하이닉스 지분은 20.1%에 불과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업을 영위하는 존속회사와 신사업을 포함한 투자회사(중간지주회사)로 나뉘고, 이후 중간지주회사가 SK㈜와 합병하는 형태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만간 이사회 차원에서 입장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KT도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2007년부터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도입한 KT는 사외이사 비율 73%를 유지하고,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전횡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를 뽑을 때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사외이사 후보 조사 전문기관을 활용하는 등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사외이사에게 경영계약과 보수지급방법 등 높은 권한을 부여한다. 또 대표이사를 뽑을 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가동하기도 한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 지배구조위원회를 두어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사항을 감독하고, 지속가능경영원회를 두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사항을 강화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관 ESG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은 항상 A+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과 사회부문에서도 A등급을 획득했다. 

LG유플러스도 ESG경영에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현식 신임 대표는 ESG경영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보건 관리 조직을 최고인사책임자인 CHO가 총괄을 맡는 형태로 구성과 역할을 확정했다. 이 조직은 네트워크·기업·고객서비스·기타 기술 및 영업부문 등 4개 분야 조직으로 구성해 코로나 예방과 국제표준인증을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원격으로 에너지원을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존에는 확인이 어려웠던 에너지 누수 여부를 확인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원 관리가 가능하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네트워크 장비의 전력 효율화와 사옥 및 IDC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 재가동 등으로 인해 연간 4500만 kWH 상당의 전력을 아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ESG경영에 대한 관심이 끓어오르고 있다"라며 "기업 평가에 더욱 중요해진 ESG 분야에 대해 CEO들의 관심이 남다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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